금융당국, 물적분할 회사 일반주주 보호
물적 분할 반대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분할 결정 이전 주가’로 팔 권리 생겨
일반주주 반대하는 분할 추진 어려워질 듯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한화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들이 7월 26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한화의 물적분할 반대 피켓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업의 ‘물적분할 후 재상장’ 관행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5년 내 자회사 상장 시 기업공개(IPO) 심사도 강화된다.
반대주주 주식, 기업이 물적분할 전 주가로 되사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 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요 사업부를 쪼개 자회사를 세우고, 신설 회사 주식을 전부 모회사 소유로 하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자회사 추가 상장 투자금을 모을 수 있지만, 주가 하락 등 모회사 주주 피해를 동반해 논란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모회사인 LG화학 주가가 연일 떨어지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산 게 대표적 사례다.
우선 상장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해당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기로 했다. 기업에 내 주식을 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 때 ‘물적분할 결정 이전 주가’로 팔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물적분할 결정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하락 전 가격으로 탈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매각 가격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주와 기업이 협의한다. 협의에 실패할 경우 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ㆍ1개월ㆍ1주일간 가중 평균한 주가를 산술 평균해 적용한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일반주주가 반대하는 물적분할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규모 주식매수청구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결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해 설득하거나, 주주 영향이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구조개편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덧붙였다.

물적분할 자회사 성장 단계별 일반주주 보호방안. 금융위원회 제공
공시ㆍ상장심사도 강화… ‘신주인수권’ 도입은 불발
기업의 공시 책임도 강화된다. 앞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은 ‘주요사항보고서’에 구체적 목적과 기대 효과, 주주 보호방안 등을 공시해야 한다. 자회사 상장이 예정된 경우엔 주요 일정을 상세히 밝혀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엔 한국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 공시 서식과 거래소 상장기준 개정은 10월까지 완료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도 가급적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회사 신주를 모회사 일반주주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은 이번 제도 개선안에서 빠졌다.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의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을 배정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수렴 결과 신주 우선배정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돼 중ㆍ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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