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현장 가보니
태양광 설비 아래서 '조평벼' 수확 한창
대전 야구장처럼 휴지기에도 수익 창출
제도 개선·영농인 고령화 해소 등 과제

1일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내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한화큐셀 제공
1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 신관리. '기동마을'로 불리는 이곳의 너른 들판 한편에선 일찍 성숙되는 조생종 벼인 '조평'을 걷어내기 위해 농업용 콤바인이 바삐 움직였다. 그런데 들판 경관이 주변과 사뭇 다르다. 논 위에 지붕을 얹은 듯 4m 높이 남짓의 지지대가 규칙적으로 세워졌고, 그 위엔 똑같은 크기의 판이 비스듬히 올려져 있었다. 논바닥에선 쌀 수확이, 논 위에선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영농형태양광' 사업 현장이었다.
땅 주인 소득, 250만원에서 668만원으로

1일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단지 전경. 함양=김형준 기자
지역 주민으로 이뤄진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은 2019년부터 이곳 농지 3,068㎡(약 928평)를 임대해 100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전용 모듈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100㎾는 연간 약 150명이 쓸 수 있는 전력량으로, 조합에선 이곳에서 얻은 전기를 한국남동발전을 통해 한국전력에 판다. 과거엔 이곳에서 수확된 쌀만 팔아 수익을 냈지만, 이젠 쌀도 팔고 전기도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
이태식 조합장은 이날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과 한국에너지공단이 주최한 영농형 태양광 설명회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위기에 빠진 농촌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 이 조합장에 따르면 땅 주인은 영농형 태양광 설치 전 농사를 지어 1년에 약 250만 원을 벌었다"며 "그러나 설치 후 농사 수익은 약 168만 원으로 30%가량 줄지만, 조합에 땅을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 500만 원을 더하면 668만 원의 수익을 낸다"고 전했다. 연간 400만 원 이상 더 벌게 된 셈이다.
"농가 비영업일 수익 모델로도 적격"

대전 중구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앞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모듈. 대전=김형준 기자
조합 입장에선 연간 3,000만 원 정도의 전력 판매 수익을 쌓게 된다. 조합은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주민 안전을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 및 운영, 마을회관 도색, 이웃돕기 성금 및 장학회 운영 등에 사용해 주민 복지가 훨씬 향상됐단 게 이 조합장 설명이다. 벼농사 직후 보리를 심던 방식의 이모작 시대를 넘어 '새로운(新) 이모작 시대'가 열린 것이다.
농가 입장에선 그동안 기대할 수 없었던 '비(非) 영업일' 생산 활동이 생긴 게 큰 변화라고 한다. 농사철과 맞물리는 프로야구 시즌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프로야구 구단 한화이글스의 경우 앞서 2015년(135㎾)과 2017년(15㎾)에 걸쳐 홈 구장인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안팎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1년 중 영업일은 70일 남짓(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시)이지만, 원정 경기 일은 물론 시즌 비시즌 기간에도 태양광 발전이 이뤄져 연간 수천만 원의 발전 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농가에서도 추수 직후인 가을부터 농사를 다시 시작하는 이듬해 봄까지 휴지기에도 발전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모델이 생긴 것이다.
"8년 지나면 철거해야"…제도 발목

1일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전경. 한화큐셀 제공
이처럼 장점 많은 국산 영농형 태양광 설치에 여러 농가가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①농지법 등 관련 제도 미비 ②농업 인구 감소 및 고령화 ③중국산 태양광 모듈과의 가격 경쟁력 저하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화큐셀에 따르면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지의 타용도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은 최장 8년으로, 25년 이상 사용 가능한 태양광 모듈을 8년이 지나면 철거해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사실상 경제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회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진전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단 게 업계와 농가 목소리다. 이와 함께 아직도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할 청년 농업인이 적어 장기간 유지 관리가 필요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막연한 두려움이 큰 점, 국산보다 약 30% 저렴한 중국산 모듈을 선호하는 분위기 등이 사업 확대의 걸림돌이다.
유재열 한화큐셀 전무는 "농민 입장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전체 소득이 농작물 생산량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법령 미비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법 제·개정이 되면 농민 소득 증대와 탄소 중립 실천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