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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10도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 사망률 19% 높아져

입력
2022.09.04 19: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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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떨어지면 혈관 수축으로 혈압이 올라가면서 '돌연사 주범'인 급성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 수축으로 혈압이 올라가면서 '돌연사 주범'인 급성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찜통더위가 어느새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다. 심혈관 질환은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하거나 세포 증식이 일어나 혈관이 좁아지면서 생긴다.

그런데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도 체온을 보존하려고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간다. 그러면 심장박동이 빨라져 협심증ㆍ급성 심근경색ㆍ심부전 같은 심혈관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전체 돌연사의 80~90%가 급성 심근경색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심혈관 질환이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다.

최근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 2022’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이 성인 228만 명을 대상으로 기온 차와 심혈관 질환 발생 사이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10도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9% 더 높아졌다.

◇심근경색, 즉시 치료해도 30~40% 사망

심장에 산소ㆍ영양분을 공급하는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근육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관상동맥 내벽에 콜레스테롤 같은 기름 찌꺼기가 쌓인다(동맥경화). 이로 인해 혈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협심증이 발생하고, 좁아진 혈관이 혈전으로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이 생긴다.

이처럼 관상동맥에 문제가 발생하면 심한 가슴 통증(흉통)이 생긴다. 협심증이라면 휴식을 취하면 10분 이내에 통증이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심근경색일 때는 쉬어도 가슴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30분 이상 지속되며, 가슴을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하게 극심한 통증이 생긴다.

또 가슴 한가운데나 왼쪽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나 목, 팔로 퍼져나가며 두근거림, 식은땀, 구역질,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도 생긴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은 특별한 증상 없이 갑자기 발병할 때가 많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도 심하지 않으면 평소 증상을 느끼기 어렵고, 증상도 사람마다 달라 예측하기도 어렵다.

최익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은 즉시 치료해도 사망률이 30~40%가 넘고 1, 2시간 이내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최대한 빨리 관상동맥중재술이 가능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식생활 서구화로 40대부터 늘어

심근경색 발병률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고령 인구 증가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심근경색은 40대부터 꾸준히 늘기에 젊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협심증 병력이 있거나, 흡연자ㆍ당뇨병ㆍ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 환자 등은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므로 좀더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가족ㆍ친지 가운데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가족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심근경색 위험이 2.1배로 증가하고, 두 명 이상이면 3배로 늘어난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은 40대부터 꾸준히 증가하므로 가족력이 있으면 젊을 때부터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수면 무호흡증도 중요한 유발 요인이기에 심혈관 질환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급성 심근경색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은 흡연ㆍ비만ㆍ이상지질혈증ㆍ고혈압ㆍ당뇨병 등이다. 가족력이 있어도 3, 4배로 늘어난다.

최익준 교수는 “자신이 위험 요소가 많고 가슴 통증이 있다면 선별 검사해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좋다”며 “운동 부하ㆍ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심근경색을 알아내기 위해 관상동맥조영술(관상동맥에 조영제를 넣어 관상동맥이 막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을 시행한다. 혈관이 막혔다면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확장한다. 손목이나 대퇴부를 국소마취한 뒤 이 부위 동맥에 도관 삽입관을 넣어 가늘고 긴 도관을 관상동맥 입구에 놓고 시술한다. 시술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저용량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제를 먹는다.

◇금연 등 건강한 생활 습관 가져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금연은 필수다. 담배를 피우면 심장혈관(관상동맥)이 막혀 사망할 확률이 30% 정도 높아진다. 따라서 금연클리닉에서 금연 상담을 받거나 약물 치료를 하면 건강보험도 적용되므로 의사와 만나 금연을 상담하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약물 처방이나 보조기구, 금연프로그램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또 육고기나 초가공 식품을 피하고 신선한 과일ㆍ채소, 저지방식, 생선, 기름기가 적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짜게 먹지 않고 음주량은 하루 맥주 1병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1주일에 3, 4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만은 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당뇨병 같은 대사증후군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체중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단시간 내 급격한 체중 감량은 요요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체중을 1년에 10% 이내로 감량하는 것이 적당하다.

[심혈관 질환 예방법]

□흡연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큰 요인이므로 금연한다.

□식사는 저염식, 덜 기름진 음식 위주로 바꾼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개선으로 복부 비만을 줄인다.

□스트레스를 술로 풀기보다 걷기와 명상 같은 방법으로 해소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외출할 때는 급격한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보온에 신경 쓴다.

□가족력 등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으로 심혈관을 점검한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싱겁게 먹고 채소ㆍ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채소에 들어 있는 비타민ㆍ무기질 등은 체내에서 쓰고 남은 산소 찌꺼기를 없애주고, 등 푸른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을 줄이며 혈전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금연도 필수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2배가량 높다. 과음도 부정맥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므로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또한 주 5회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ㆍ조깅ㆍ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하면 혈압과 혈당을 낮춰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 된다.

한편 갑자기 반신마비나 감각 이상, 언어장애 또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일 수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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