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프리즈 동시 개막
한국 역사상 최대 아트페어(미술장터)가 열렸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트페어 주관사인 프리즈(Frieze)의 아시아 첫 전시인 ‘프리즈 서울’과 국내 최대 한국국제아트페어인 키아프(KIAF) 서울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나란히 개막했다. 이번 행사에는 첫날부터 국제적으로 이름난 미술관과 갤러리 관계자들은 물론 국내외 미술품 수집가들이 몰렸다. 국내 미술시장이 최근 급성장한 영향도 있지만 한국이 세계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코엑스는 이른 오후부터 인파로 붐볐다. 첫날은 VIP 입장권 소지자만 입장하고 일반 관람은 다음 날부터 가능하지만 두 행사가 공동으로 개막하는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전시장 입구마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수집가들은 입장하기 전부터 일행과 관람할 갤러리와 작품을 상의하느라 분주했다. 코엑스 1층 A, B홀을 모두 차지한 ‘터줏대감’ 키아프에는 국내 갤러리를 중심으로 17개 국가에서 갤러리 164곳이 참가했다. 3층 C, D홀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에는 21개국에서 온 갤러리 110곳이 부스(전시장)를 열었다.
아트페어는 기본적으로 미술품을 판매하는 상업적 행사다. 그러나 수집가가 아닌 관람객들에게는 갤러리들이 내놓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프리즈 서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참여해 일찍부터 국내 수집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가고시안은 미국 2세대 추상표현주의 여성화가 헬렌 프랑켄탈러의 ‘에트루리안 산책’(1978년작)을 비롯해 백남준의 ‘베이클라이트 로봇’(2002년작), 데미안 허스트의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2005년작)를 선보였다. 하우저앤드워스에서는 최근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끈 조지 콘도의 ‘레드 포트레이트 컴포지션(Red Portrait Composition)’을 전시했다. 두 갤러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이 밖에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큐브 등 쟁쟁한 갤러리들이 문을 열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였다. 애콰벨라 갤러리즈는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장 미셸 바스키아, 알베르토 자코메티, 키스 해링 등 미술 애호가가 아니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번 행사에서 최고가 작품(약 600억 원)으로 추정되는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키아프에 참가한 국내외 갤러리들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내세웠다.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인 김구림(가나아트)부터 ‘몸으로 그리는 그림’으로 유명한 전위예술가 이건용(갤러리현대), 지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형 전시를 열었던 김수자(악셀베르포트) 등의 작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프리즈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미술계에서는 해외 갤러리들에게 국내 미술시장을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키아프 전시장 역시 관람객들로 붐볐다. 수집가들이 곳곳에서 작품을 구입하거나 구입을 예약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키아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연예인과 각계 인사들이 잇달아 모습을 보였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등 유명 수집가들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RM, 빅뱅 멤버 태양, 민효린, 이찬혁, 원빈, 이나영, 김우빈 등도 전시장을 찾았다. 하우저앤드워스가 개막 직후 몇 시간 만에 15점을 판매하는 등 흥행이 이어지면서 미술계에서는 두 행사의 매출액이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행사에서 650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던 키아프의 매출액 역시 크게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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