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 광주 찾아 피해자 직접 만나
양금덕 할머니는 '자필 편지' 전달도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광주를 찾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98) 할아버지와 양금덕(91) 할머니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일본과 외교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장관이 피해자들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2018년 전범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재항고로 맞서며 버티면서 1억 원의 배상금을 지난 4년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박 장관은 먼저 이 할아버지 자택을 찾아 “정부는 최대한 조속히 진정성을 갖고 문제를 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큰절을 올렸다. 이 할아버지는 “일본에 강제징용을 당했는데 사과도 못 받고,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재판 결과가 매듭도 지어지지 않아 흐지부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내용을 담은 언론보도 사본을 박 장관에게 보여줬다.
박 장관은 양 할머니 자택에서도 절을 올렸다. 양 할머니는 박 장관에게 “과거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다”며 “그러나 몇 년째 우리 정부는 (일본에)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내 말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박 장관은 “잘 알겠다”며 양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았다.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피해자들은 이날 박 장관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이 할아버지는 달력에 박 장관과 만나는 ‘9월 2일’에 동그라미와 ‘방문’ 표시를 해뒀고, 양 할머니는 자필 편지까지 준비했다.
재판부가 심사숙고하며 결정을 미루는 통에 피해자들의 답답함은 가중되고 있다. 대법원은 배상금 지급을 위한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 '강제매각 명령'이 적법한지에 대해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사이 재판을 맡은 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이날 퇴임했다. 재판부를 새로 꾸려야 하는 만큼, 대법원이 언제 결정을 내릴지 현재로선 기약 없는 상태다.
여기에 외교부의 성급한 행보가 피해자들을 좌절케 했다. 7월 26일 대법원에 ‘사실상 결정을 미뤄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낸 것이다. 반발한 피해자 측은 “사전 설명도, 동의도 없었다”며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민관협의회는 외교부가 "현금화 결정 이전에 해법을 마련하겠다"며 사전 의견수렴을 위해 만든 협의체다.
법원 심리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공은 다시 외교부로 넘어왔다. 피해자들을 만난 박 장관의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는 외교부가 내놓을 '해법'에 달렸다. 외교부는 5일 4차 민관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달 9일 회의 이후 한 달 만이다. 박 장관은 “피해자분들을 만나 말씀을 들으니 책임감과 사명감을 더욱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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