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원·달러 1,362.6원 마감
5거래일 중 나흘 연고점 갈아치워
일본 엔화 24년 만 달러당 140엔
영국 파운드화 '패리티' 근접
109.99 기록 달러인덱스 ...20년래 최고
1,357.2원(오전 9시 2분)→1,357.9원(오후 1시 45분)→1,358원(오후 2시 30분)→1,359원(오후 2시 53분)→1,360원(오후 3시 15분)→1,363원(오후 3시 29분)
2일 '킹달러의 대학살'이 벌어졌다. 간밤 '패리티(등가·1파운드=1달러)'에 근접해진 영국 파운드화, 이날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일본 엔화에 이어 한국 원화도 추풍낙엽처럼 맥없이 무너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7원 상승한 1,362.6원에 마감했다. 2009년 4월 1일(종가 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 최고가는 마감 직전의 1,363원으로, 마감이 환율을 방어한 모양새가 됐다. 고가 역시 13년 만의 최고치(2009년 4월 21일 1,367원)였다.
환율은 개장 직후 1,357.2원으로 치솟으며 전날 경신했던 연고점(1,355.1원)을 넘어섰다. 이후 1,352원대까지 떨어져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오후 들어 연고점을 거듭 갈아치우며 폭주했다. 직전 5거래일 중에서는 연고점을 경신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지난달 30일)에 불과했다. 그동안 원홧값은 31원 이상 고꾸라졌다.
세계 주요국도 강달러 방어 수단 없어
원화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1,400원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불가피하다"며 시장에 강력하고도 장기적인 긴축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계 주요국 어느 곳도 강달러를 방어할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잭슨홀 회의 이후 긴축, 경기침체, 통화 약세 등 악재만 부각되며 '킹달러'의 위세만 커지고 있다. 유럽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역대 최고인 9.1%로 나타나며 최소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대두됐고, 원홧값과 연동되는 중국 위안화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지속적인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일(현지시간) 장중 109.99까지 오르며 2002년 6월 이후 20년 3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는 결국 이날 1998년 8월 이후 처음 달러당 140엔 선이 무너졌다. 경기침체 우려에 영국 파운드화 값도 8월 한 달간 2016년 브렉시트(6~8%) 이후 가장 큰 폭(5%)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블룸버그는 엔화 약세를 보도하며 "달러의 상승이 전 세계 통화에 신종 유혈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에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의 긴축 장기화 조짐에 "킹달러(시대)가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무역수지 5개월 연속 적자... "방어 모멘텀 소진"
우리나라도 강달러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전날 '14년 만 무역수지 5개월 연속 적자'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66년 만의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에선 환율을 방어할 모멘텀(추진력)은 소진됐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외환당국은 강달러가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외환당국 핵심 관계자는 "달러 강세로 전 세계 모든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원화도 다르지 않다"며 "최근 무역적자 확대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 문제도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환율의 영향으로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2,400선에 근접(종가 2,409.41)했다. 전날 2%대 급락장을 겪은 개인이 반발 매수에 나서며 오전 상승장을 떠받쳤으나, 천장을 뚫고 치솟는 환율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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