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청소년 대표팀, 잇단 국제대회 우승 '겹경사'
현 기량 성인 무대까지 끌어올리는게 더 중요
핸드볼협회 "국제 경험, 해외 교류,
외국인 감독 선임 등 파격적인 노력 중"
“오랜만에 한국 핸드볼의 희망을 봤다”
한국 남자핸드볼 청소년 대표팀(만 18세 이하)이 지난 1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8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지난 8월 여자 청소년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비유럽 국가 최초로 우승’한 데 이은 겹경사다.
‘핸드볼 미래’들의 잇단 승전보에 일각에서는 “한국 핸드볼이 중흥기를 맞을 발판이 마련됐다”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카타르 등 중동 지역의 경우 △외국인 지도자 영입 △청소년 리그 활성화 △국제 경기 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런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남자 대표팀은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지 않는 등 내용 면에서도 좋았다는 평가다. 여자팀 역시 △8전 전승 우승 △비유럽국가 최초 우승이란 기록적인 이정표를 남겼다. 대한핸드볼협회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이 독보적으로 아시아 정상을 유지했다면, 이후 중동지역 국가들의 실력이 올라오면서 상향 평준화된 상태”라며 “어린 선수들이 대단한 성과를 냈다”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핸드볼계 안팎에서는 “이번 성적이 ‘한국 핸드볼 중흥’이란 장밋빛 미래까지 담보하진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 대표팀의 세계 정상급 기량이 향후 주니어 대표팀(만 20세 이하)을 거쳐 성인 대표팀까지 이어지느냐가 더 중요하기에 “향후 과제가 산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녀 청소년대표팀은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냈지만, 정작 성인 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핸드볼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부 동메달 이후 메달이 없다. 심지어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는 8강에서 탈락했고, 남자는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먼저, 청소년 선수들은 성장할수록 유럽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세에 놓인다. 성인 여자 대표팀의 경우, 유럽 팀 평균 신장은 180㎝ 안팎이고 190㎝에 육박하는 장신도 많다. 한국과 키 10㎝ 이상, 체중도 10여㎏ 이상 차이난다. 정형균 대한핸드볼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유럽 선수들은 근력 및 신체 밸런스가 눈에 띄게 성장하는 데다 최근에는 강화 훈련을 통해 스피드까지 빨라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유럽 대표팀은 인접 국가들과 크고 작은 대회 및 교류전을 통해 수시로 국제대회 경험을 많이 쌓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정학적 특성상 핸드볼 선진국과 교류가 쉽지 않았다. 다만, 최근 최태원 SK회장의 과감한 투자 등으로 핸드볼 선진국과의 기술ㆍ훈련 프로그램 교류를 강화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또 지난 5월엔 남자 대표팀에 포르투갈 출신의 홀란도 프레이타스 감독을, 여자 대표팀엔 덴마크 출신의 킴 라스무센 감독을 선임해 과감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성인 대표팀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형균 위원장은 “5월 첫 훈련 이후 7~8월엔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짜임새를 높이고 있다”면서 “청소년들도 경기가 없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국제 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단계별 투자를 확대하려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남녀 대표팀 새 사령탑은 3년 만에 재개된 한일 국가대표 정기전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1차전은 4일 일본 나고야에서, 2차전은 7일에는 인천에서 진행된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한일 정기전 역대 전적에서는 남자부(9승1무1패)와 여자부(8승 2패) 모두 한국이 우위에 있지만, 남자부는 바로 직전 대회였던 2019년 정기전에서 패했고, 여자부 역시 최근 일본의 전력이 좋아져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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