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국교위 직제 제정안 입법예고
교육부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
"회의나 제대로 열 수 있겠나" 우려
장관급 위원장에 차관급 상임위원만 2명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공무원 정원은 31명뿐인 '가분수'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자는 도입 취지를 살리긴커녕 거수기 역할에 그치며 유명무실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2일 국교위 사무처 조직 규모와 하부조직의 구성 등을 담은 직제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직제 제정안에 따르면, 국교위 사무처에는 사무처장 1명과 △교육발전총괄과 △교육과정정책과 △참여지원과를 둔다. 교육발전총괄과는 국교위 운영과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담당하고, 교육과정정책과는 국가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점검한다. 참여지원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교육 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맡는다.
공무원 규모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해 불과 31명이다. 교육부 본부 소속 공무원 정원(655명)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숫자다. 이처럼 적은 인원으로 정해지자 "회의나 제대로 열 수 있겠나"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국교위 위원만 21명에, 시행령에 따른 전문위원은 70~80명에 달한다. 31명의 공무원 정원은 회의 준비를 하기에도 벅찰 것"이라며 "국교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다른 위원회 조직과 비교해도 몸집이 작고, 국교위법 시행 전에 국회나 정부의 정책 연구에서 상정한 국교위의 규모와도 괴리가 크다. 직제상 공무원 정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234명, 국가인권위원회는 205명,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54명이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발의했던 국교위 설치법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3국·13과'의 조직에 정원은 104명을 가정했다. 2018년 국가교육회의의 연구용역으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국교위 설치방안 연구'에선 '1실·2국·11과'에 177명을 두는 안이 제시됐다.
이 때문에 국교위가 교육부로부터 중요 교육정책 입안과 추진 역할을 가져오지 못하고 민감한 교육정책에 의견만 수렴하는 역할에 그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교위 설치법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됐고, 국교위 설치법에 반대한 현 집권 여당은 국교위 운영에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이런 사태가 예견됐다고 지적한다. 국교위 전문가인 김용일 사단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이사장(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은 "대통령 이하 정책 책임자들이 국교위를 잘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없고, 자기들의 정책기능을 내놔야 하는 교육부도 이런 상황에 맞춰 (소극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교육부는 인원이 부족하다면 시·도교육청과 산하기관에서 파견 방식으로 채울 수 있어 국교위 업무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또 정부가 긴축재정으로 전환해 공무원 수를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라 큰 규모의 직제를 꾸리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도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국교위는 이미 7월 출범 시기를 놓쳤는데 위원 21명의 윤곽은 아직도 전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국회 추천 위원 9명, 대통령 지명 위원 5명, 교원단체 몫 2명의 명단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추천 위원은 이르면 추석 연휴가 지난 후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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