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40엔 돌파
미 긴축 기조 속 일본은 완화 기조 유지
'엔저' 이제는 수출에 부담...일본도 우려
미일 금리 차 확대로 엔·달러 환율이 140엔을 돌파하며 엔화가치가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강력한 통화 긴축 기조에 각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엔화 하락폭은 그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시중금리 상승을 억누르며 여전히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0엔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강화 의지를 밝힌 데다, 이달 1일 미국에서 발표된 제조업 경기지표가 예상을 웃돌면서 미일 간 금리 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140엔은 통과점에 지나지 않는다. 단번에 145~150엔대가 시야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닛폰텔레비전은 보도했다.
사실 현재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엔화뿐만이 아니다. 경기가 후퇴하더라도 금리를 올려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미국의 긴축 기조로, 유로화나 한국 원화 등 주요국 통화가치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엔화 가치 하락은 유독 두드러진다. 연초 대비 하락률은 무려 18%로, 1979년(19%)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 중이다. 다른 국가 중앙은행은 미국만큼은 아니라도 금리를 어느 정도 올려 따라가고 있지만, 일본은 경기 부양과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로 하락한 데 대해 “환율의 급속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긴장감을 갖고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구두개입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시장에서 직접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식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은, 미국 측이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 (시장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엔저’ 현상은 일본산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일본 기업의 수익을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제는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교역 조건 악화(무역적자 확대) 등 부정적 영향이 더 커져 일본 언론도 우려하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달러 환율이 1엔 오를 때마다 리먼 쇼크 무렵(2008~2009년)엔 200억 엔의 이익 상승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120억 엔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하고, “무역적자는 1엔 오를 때마다 약 7,000억 엔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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