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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거대한 함선'이라도 민심은 그보다 무서운 바다다

입력
2022.09.04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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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또 다른 비대위 강행추진하는 여당
새로 출범해도 순항은 힘들어 보여
'민심 직시하라'는 목소리 수용해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낸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비대위 활동에 제동이 걸렸지만, 국민의힘은 포기하지 않을 모양새다. 이미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인했고, 추석 전까지 그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원이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계획이 어그러졌던 만큼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상 상황'으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해 비상 상황을 구체화한다는 내용이다. 평소 이런 마음가짐으로 민생 이슈를 다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씁쓸함도 잠시, 비대위 구성을 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연한 의지는 쏟아지는 뉴스에 묻힌 의문을 끄집어낸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저렇게 싸우는 것인가?

지저분한 권력 싸움이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안녕을 위함은 아닐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내고 '우리끼리', '제대로 된 당'을 만들자는 것 또한 분명해보인다. 결국 그렇게 재구성된 당에서 본인들 권력을 연장해보겠다는 목적일 텐데, 이렇게 구질구질한 싸움으로 당 이미지와 민심 같은 무형의 자산들을 다 깎아 먹고서 무슨 권력 연장을 도모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준석의 존재보다 지금 자신들이 보여주고 있는 구태가 스스로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걸 당사자들만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높게 나와 봤자 30%대 초반이다. 여당은 임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주도권을 상실해버렸다. 차라리 지금처럼 대통령이 민심을 잃고 여당도 제구실 못 하는 걸 비상 상황이라고 정의했다면 법원도 인정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권력에 눈이 먼 정치인들은 당장 한 치 앞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두 번째 비대위가 정상적으로 꾸려진다고 한들, 민심의 바다를 순항할 순 없을 것이다.

선거 세 번을 내리 이겼는데도 느닷없이 위기론이 불거져 나오고, 상황을 아전인수로 해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의 모습은 이승만 정권 시절 사사오입 개헌을 연상케 한다. 당시 자유당은 초대 대통령의 3선 금지조항 삭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재적인원 203명의 3분의 2는 135.333…명인데 0.333…은 사람이 될 수 없으므로 사사오입하면 헌법개정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는 136명이 아닌 135명이 된다"고 주장해 이를 억지로 통과시켰다. 그렇게 영구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의 권력은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 그가 확인한 건 오히려 나날이 험해지는 민심뿐이었다. 쌓여 가는 불안감과 권력에 대한 집착은 1960년 3월 15일 최악의 부정선거로 나타났다.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결과는 혁명과 대통령 자신의 외로운 망명이었다.

역사는 '권력이란 형식적 절차만 지킨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제도를 형성하는 원리·원칙에 충실할 때 비로소 온전히 유지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까지 갈 필요도 없다. 재작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국민의 목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천권 싸움을 벌이다가 유례없는 대패를 경험했다. 아니, 더불어민주당이 민형배 의원 탈당 등의 수를 써가며 검수완박을 강행했다가 민심을 잃었던 게 불과 5개월 전이다. 그때 "그 어떤 선한 목적을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꼼수로 점철된 과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던 게 국민의힘이었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민심을 직시하라"는 뻔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원하는 대로 새 비대위를 꾸리기만 하면 권력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차 있을 테니. 마음대로 하시라. 그러나 권력이 제아무리 거대한 함선이라 할지라도, 민심은 그걸 단숨에 뒤엎어버릴 수도 있는 바다라는 사실도 잊지 마시라.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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