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대표 퇴임 13분 남기고 보고서 공개
임신중지·불임 수술 강제 정황도
20차 당대회 앞둔 中 "가짜뉴스" 반박
유엔이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심각한 수준의 인권 탄압이 벌어졌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거센 반대 속에, 유엔 인권최고 대표 임기 종료를 10분 남짓 남기고 세상에 공개됐다.
무슬림 소수민족을 강제 수용 중인 수감시설은 광범위한 고문과 성범죄 등 온갖 종류의 가학행위가 펼쳐지는 ‘지옥도’나 다름없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중국은 유엔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유엔 “반인도 범죄 해당”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48페이지 분량의 신장자치구 인권 조사 보고서를 내고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서 대(對)테러 작전을 벌이고 극단주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또 “강압적 의료 행위와 열악한 구금, 고문, 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성폭력 사건이 있다는 의혹도 믿을 만하다”며 “위구르족 등에 대한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구금은 반(反)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장은 위구르족 등 중국 내 소수민족 1,10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중국 당국은 ‘갱생 교육’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수용소인 ‘직업교육훈련센터(VETC)’에 100만여 명을 강제 구금하는 등 잔혹한 억압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보고서에 담긴 수용소의 실상은 끔찍하다. 유엔 인권사무소 조사관이 2017~2019년 사이 수감됐던 현지 주민 26명을 인터뷰한 결과, 상당수는 이곳에서 교육이 아닌 고문과 학대가 자행됐다고 진술했다.
‘타이거(Tiger) 의자’가 대표적이다. 족쇄와 수갑이 달린 강철의자에 수감자의 사지를 묶어 앉아있는 자체만으로도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의자다. 영국 가디언은 “보고서에는 타이거 의자에 앉은 채 전기봉으로 구타당하거나 물고문을 당했다는 내용이 묘사돼 있다”고 설명했다.
수감자들은 물리적 폭력은 물론, 제대로 먹거나 자지 못한 채 정신적 학대도 견뎌야 했다. 위구르족 언어는 사용하지 못했고, 이슬람교에서 필수인 기도 등 종교 행위도 금지됐다. 대신 공산당 선전 노래를 외워 부르도록 강요당했다.
여성들은 성적 학대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이 여성 수감자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했고, 억지로 옷을 벗게 하거나 카메라가 없는 곳으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고서에는 “가족계획과 산아제한 정책을 강압적으로 집행하면서 생식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징후도 있다”는 문구도 담겼다. 중국 당국이 해당 지역 여성들에게 강제로 임신중지(낙태)와 불임 수술을 시행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다만 미국 등 일각에서 제기해온 ‘집단학살(제노사이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중국 “불법적인 가짜뉴스”
유엔이 신장 지역 인권 문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반인륜적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유엔 전문가위원회는 2018년 인권사무소에 신장 지역 인권 탄압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4년 가까이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유엔이 중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미첼 바첼레트(70) 인권최고대표가 4년 임기를 끝내는 마지막 날인 31일, 공식 퇴임을 13분 앞둔 시점에 보고서가 세상에 공개됐다. ‘떠나는 수장’이 작심하고 중국 비판에 나섰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보고서 공개를 집요하게 막아왔다. 각국에 보고서 공개를 저지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40개국이 보고서 공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당국은 보고서 분량의 3배에 달하는 공식 반박 입장문을 내고 반중 세력이 조작한 '허위 정보'라고 비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불법적이고, 무효이며 완전히 허위인 보고서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두 달여 앞둔 탓에 중국 정부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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