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에너지 수입액, 대중 교역 적자도 한몫
정부,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 내놓고 개선 방침
"통상 환경 변화 따른 상황... 당분간 힘들 듯"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무역 적자가 8월에만 사상 최대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올 들어 누적 적자도 역대 최고 규모라 올해 1년을 봐도 무역 수지가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 섰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여기에 최대 교역국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치도 갈수록 나빠지고 크게 오른 에너지 가격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하겠다지만 그 효과를 두고는 회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47억3,000만 달러다. 2월과 3월 각각 8억4,000만 달러, 1억8,000만 달러 흑자를 반짝 기록하긴 했지만 그 외엔 모두 적자다.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사상 최악의 수치다.
무역적자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반도체 수출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7.8% 줄어든 107억8,200만 달러다. 16개월 연속 100억 달러 수준은 유지했지만, 2020년 6월 0.03%로 감소했던 때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 감소세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력 감소와 재고가 많아진 점 등이 원인이다.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늦어지고, 재고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가격 하락세로 이어져 하반기에도 반도체 분야는 계속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1~8월 에너지 수입액, 같은 기간 무역적자의 2.4배
가파르게 상승한 원·부자재 수입액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월 수입액은 3월 이후 6개월 연속 600억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불거진 공급망 교란 사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증한 탓이 크다. 특히 올해 1~8월의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누적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589억4,000만 달러가 늘어난 1,25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같은 기간 누적 무역적자(247억3,000만 달러)의 약 2.4배에 달한다.
수입액 증가와 더불어 중국 수출 감소도 무역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달 131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4%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면서 반도체, 무선통신, 석유화학 등 품목의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반면,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135억200만 달러로 수출액보다 3억8,000만 달러 늘었다. 6월 이후 규모는 줄고 있지만 반도체·정밀화학원료 등 우리 산업 생산·수출에 필요한 중간재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 5월 10억9,000만 달러 적자를 보기 시작해 넉 달째 적자인데, 이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위기감 느낀 정부,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지난달 31일 △대중 수출 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산업 협력 강화 △반도체 산업 경쟁력 향상과 수출 지원 강화 △액화석유가스(LPG)나 바이오 연료 등을 활용한 에너지 수입액 절감 등을 담은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통상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무역수지는 적자"라면서 "개별 국가가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외부 통상 환경 변화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제 정세 및 경기가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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