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직업성 질병 축소, 모호한 표현 삭제"
노동계 "질병의 범위 확대, 관계 법령 포괄적 규정"
전문가들 견해도 엇갈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중처법 시행령상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내용이 불명확해 법을 준수하거나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개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첨예한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도 시행령 개정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노사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처법 시행령 개정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경영계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가 모호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과도한 처벌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징역형' 규정을 삭제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 개정은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조속히 시행령부터 손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계는 중처법 시행 후 사망재해 발생이 지속되고 있어 법 제정의 실효성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경총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25일까지 중처법 적용 대상 기업의 사고 사망자는 148명으로 법 시행 전인 지난해 동기(138명)보다 7.2%(10명) 증가했다.
법 시행 이후 안전에 대한 경영자의 관심과 예산, 인력 모두 증가했음에도 사망자는 늘어나 처벌 및 당국의 수사 대응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경영계는 △직업성 질병 범위 축소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특정 △'필요한', '충실한' 등 모호한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며 "중처법은 완화가 아닌 강화가 필요, 시행령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계는 중처법상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는 해외 입법례 등을 고려할 때 명확한 편이며, 시행 1년도 안 된 법령의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다만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직업성 질병의 범위 확대(뇌·심혈관계 질환 등)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포괄적 규정(근로기준법 포함) △위험성 평가시 종사자의 참여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영계의 의견과 정반대의 주장이다.
전문가 토론에서도 합의점은커녕 엇갈린 의견들만 재확인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해석상 다툼이 있는 사항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회의 의사를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변경·보충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며 시행령 개정에 반대했다. 반면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높은 형벌 수준만큼 명확성과 책임성이 더욱 엄격해야 하지만 중처법은 법률과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범죄 구성요건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어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보다 명확하게 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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