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생활 대부분 기재부, 금융위서
예금보험공사 사장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김태현 전 예금보험공사(예보) 사장이 넉 달 넘게 공석이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이례적인 속전속결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연금 개혁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복지부 장관 직무대행의 제청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김태현 전 예보 사장을 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고 1일 밝혔다.
1966년생인 김 이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뒤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1992년 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외교통상부 서기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자본시장국장, 사무처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예보 사장을 지내다 연금공단 이사장 임명 전날 물러났다. 취임식은 2일 열릴 예정이다.
연금공단 안팎에서는 "예상을 깬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김 이사장은 예보 사장에 취임한 지 1년이 채 안 돼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았다. 후보자로 급부상한 건 공모 절차가 시작되면서다. 지난달 10일 이사장 후보 공모 마감 뒤 3주 만에 임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보통 공모 이후 내정까지 두 달 넘게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이를 두고 연금 개혁이 '개문발차'한 상황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 개혁 속도전을 주문했는데, 연금공단 수장은 김용진 전 이사장이 지난 4월 18일 물러난 이후 공석이었다. 설상가상 주무 부처인 복지부 장관 자리도 비어 있는 상태다.
"시장 중심의 연금 개혁 이뤄질까 우려"
하지만 노조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연금 개혁을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마피아)가 진두지휘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소득 보장성 강화란 개혁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이유다.
김 이사장은 정통 금융 관료다. 연금 개혁 실무를 총괄하는 조규홍 복지부 제1차관(장관 직무대행)도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연금공단 노조는 공모 과정에서 김 이사장에 대해 "연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거의 없고 재정안정화만을 기계적으로 외치는 모피아 출신 인사"라고 비판했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예보에 간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바로 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오는 게 해석이 안 된다"며 "기재부 라인이 연금 개혁을 좌우할 경우 공공성보다는 수익성과 시장 중심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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