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크레디아 프롬스-조성진 그리고 쇼팽' 리뷰
31일 연세대 노천극장 7000여 관객 운집
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조성진 그리고 쇼팽'에서 무대 양옆으로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클로즈업돼 보이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조성진이 성숙해진 손끝으로 피워낸 쇼팽과 드뷔시로 초가을 밤의 정취가 완성됐다. 야외 공연 특유의 초반 어수선함에 밝은 조명이 내리쬐는 피아노 주변으로 끊임없이 날벌레가 날아들었지만 조성진의 집중력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운집한 7,000명 관객은 성숙한 관람 태도로 화답했다.
지난달 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조성진 그리고 쇼팽'은 격조 높은 도심 속 야외 클래식 연주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클래식 음악팬에게 '프롬스'는 축제의 다른 표현이다. 프롬나드(Promenade·산책) 콘서트를 줄인 프롬스는 기존 클래식 공연의 격식에서 벗어나 편하고 자유롭게 진행된다.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한 영국 BBC 프롬스가 대표적이다. 2010년부터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조수미, 정명훈, 요요마, 미샤 마이스키 등을 초청해 ‘파크 콘서트’를 열어 온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는 무대를 연세대 노천극장으로 옮겨 '크레디아 프롬스'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였다. 클래식계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그 첫 주인공이었다.
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조성진 그리고 쇼팽'에서 조성진이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조성진은 예원학교 후배인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거슈윈의 '프렐류드 1번'으로 무대를 열었다.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2번 연주는 관객에게도 조성진에게도 특별한 의미였다. 쇼팽의 두 피아노 협주곡을 한날 소화한 데다 협주곡 2번은 전날 세종시 공연과 함께 이번이 국내 초연 무대였다. 쇼팽 협주곡 1번은 2015년 조성진에게 쇼팽 콩쿠르 우승을 안겨준 결선 연주곡이다. 원곡의 오케스트라 편성을 대신해 크레메라타 발티카의 현악 앙상블과 함께하면서 드라마틱함은 덜했지만 오히려 피아노 선율에 집중할 수 있었다.
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조성진 그리고 쇼팽'에서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 조성진이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실내 콘서트홀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마이크를 쓰는 확성 공연이지만 무대 양옆에 마련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연주자를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었다. 조성진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매력은 물론 얼굴에 맺힌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전달됐다. 곡목 소개 자막 덕분에 연주에 방해가 되는 악장 사이의 박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5,000명의 온라인 유료 실황 중계 관람객이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에 채팅 창에 남기는 댓글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입구 협소 등의 문제로 공연 시작이 17분 정도 지연되는 등 운영상의 아쉬움도 노출됐지만 클래식계에서도 연주자의 스타성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가 다양하게 가능함을 방증한 공연이었다.
조성진이 선택한 앙코르곡은 가을밤에 어울리는 드뷔시의 '달빛'이었다. 열광적 객석 반응에 못 이겨 연주자들이 여러 곡의 앙코르를 쏟아내는 최근 클래식 음악회 경향과 달리 단 한 곡의 앙코르뿐이었지만 조성진은 7,000명 관객에게 잊지 못할 밤을 선사했다.
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조성진 그리고 쇼팽'에 7,000여 관객이 운집해 있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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