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영화 '키미'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앤젤라는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은둔형 인물이나 범죄 단서를 포착한 후 외출을 시도한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바로 보기 | 1부작 | 15세 이상
아주 가까운 미래. 코로나19 탓일까.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재택 근무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스마트 스피커 ‘키미’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키미는 이용자들의 말에 따라 가전제품 작동과 컴퓨터 실행 등 여러 일을 대행한다. 키미 제조사 아미그달라는 음성 명령 오류를 사람들이 하나하나 수정해 정확도를 높이려고 하나 사생활 침해 논란이 따른다. 아미그달라는 논란 속에 증시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큰 사건사고만 없다면 회사 주요 관계자들은 돈방석 위에 오른다.
①외부활동 기피증 IT 기술자
앤젤라는 힘겹게 세상 밖으로 나왔으나 발걸음 하나 내딛기 쉽지 않다. 웨이브 제공
앤젤라(조 크래비츠)는 키미 직원이다. 음성 명령 오류를 잡아내는 일을 한다. 그는 규칙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시간에 맞춰 운동을 하고 일을 하며 식사를 한다. 강박으로 비칠 정도다. 활동적이고 영민해 보이는 그는 무슨 일 때문인지 현관문 밖을 나가지 못한다. 건너편에 사는 연인은 매번 앤젤라 집을 찾아와야 하고, 집에서 잘 수도 없다.
어느 날 평소처럼 작업하던 앤젤라는 이상한 소음 소리를 포착한다. 누군가가 키미를 작동시키고 소리를 질렀는데 여러 소음과 뒤섞여 있어 분간이 어렵다. 앤젤라는 여러 음을 분리하고 소리 선명도를 높인 후에야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깨닫는다.
②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앤젤라는 집 밖에 나오자마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웨이브 제공
앤젤라는 피해자에게 도움을 직접 주거나 사건 수사를 의뢰하려 한다. 회사 상장을 앞두고 예민한 시기라 동료 직원 아무에게나 발설할 수 없다. 믿을 만한 누군가를 직접 만나 자신이 확보한 증거물을 전해야 한다. 하지만 잇몸질환에 시달려도 치과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앤젤라에게 외출은 언감생심이다.
은둔형 외톨이나 다름없는 앤젤라가 신고 방법을 고심할 때 청부살인범들이 움직인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무기 삼아 앤젤라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려 하고, 그를 추격한다. 밖에 돌아다니는 것조차 힘겨운 앤젤라가 살인이 직업인 일당에게 제대로 맞설 수 있을까.
③장르적 상투성을 지우는 참신함
앤젤라는 과거의 악몽을 이겨내고 중대 범죄를 홀로 해결할 수 있을까. '키미'의 관람 포인트다. 웨이브 제공
거동이 힘들거나 고립된 사람이 끔찍한 사건을 우연히 알아챈다는 설정은 전형적이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1957)과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컨버세이션’(1974) 등에서 익히 봐왔다. ‘키미’는 상투성을 굳이 부인하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색채를 덧칠하려 한다. 앤젤라가 당했던 일을 상기하며 누군가를 도우려 하고 사건 해결에 힘을 쏟는 모습은 21세기 역사의 한 대목을 소환한다. 코로나19라는 시의성이 포개지며 앤젤라에게 벌어진 일이 영화 속 허구가 아님을 각성시키기도 한다. 짧지만(상영시간 89분) 강렬하면서도 영리하고 의미까지 갖춘 영화다.
뷰+포인트
스타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트래픽’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일레븐’ 등)와 유명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코엡(‘쥬라기 공원’ ‘미션 임파서블’ ‘스파이더맨’ 등)이 손잡고 만들어낸 스릴러 영화다. 2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HBO맥스에서 첫 공개됐다.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유사해 화제를 모았던 ‘컨테이젼’(2011)을 연출했던 소더버그 감독이 코로나19 이후 모습을 그려 눈길을 끌기도 한다. 앞 부분에서 지루해할 이들도 있으나 액션과 의외성이 결합한 절정 부분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환호를 보낼 듯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2%, 관객 5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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