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의회, 급여 투명성 법안 통과
임금은 구직자들이 지망 회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지만, 정작 외부자인 구직자가 정확한 급여 수준을 알기는 어렵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은 결국 연봉 등 근로 조건 협상에서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도 애플이나 구글 등 실리콘밸리 대형 기술기업(빅테크)들은 신규 입사자의 연봉 정보를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애플과 구글는 채용공고에 해당 일자리의 임금 수준을 명확하게 알려야만 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기업의 모든 구인 목록에 급여 수준을 의무적으로 명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주 의회는 동시에 미국 주 중에서는 최초로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성별과 인종 간의 급여 격차를 명시하도록 하는 법안도 처리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까지 완료돼야 발효되지만, 뉴섬 주지사가 서명을 거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법이 시행되면, 그간 두꺼운 베일에 싸여있던 애플, 구글, 메타, 넷플릭스, 월트디즈니 등 주요 빅테크 신규 입사자들의 임금이 공개된다.
미국 언론들은 법안 통과로 인해 기업과 구직자 간 정보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구직자가 기업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이들의 교섭력도 커진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급여 투명성이 강화될수록 인종 및 성별 임금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여전히 82센트만을 버는 것으로 추산되며, 유색인종의 경우 그 격차가 더 크다고 한다.
반면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여금이나 복지 혜택 등 근로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않는 요소들이 많음에도, 기본급이 공개되면 그것만을 잣대로 기업이 평가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규 채용하는 직원의 급여가 기존 직원 급여보다 많은 경우, 기존 직원들이 이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반대가 있기는 하지만 급여 투명성 법은 다른 주로도 계속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콜로라도주는 지난해 이미 이 법안을 도입했고, 워싱턴주는 올 1월부터 채용공고에 급여 범위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뉴욕시도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는 근로자 수가 1,900만명 이상으로, 미국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주다. 캘리포니아의 결정은 다른 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대기업은 모든 주에서 동일한 임금 체계를 갖고 있어, 캘리포니아 임금 공개는 사실상 미국 전역의 임금을 공개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내년부터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모든 주 채용 공고에서 급여 정보를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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