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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없는 이슬람 혐오증…동화 요구하지 말고 서로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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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없는 이슬람 혐오증…동화 요구하지 말고 서로 존중해야"

입력
2022.09.01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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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현동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두고 갈등이 커졌던 지난해, 반대 측이 동네 일대에 붙였던 게시물 가운데 하나.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 표현을 지적하면서 반대 측은 게시물들을 제거하고 건축주 측에 사과했지만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육주원 교수 제공

대구 대현동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두고 갈등이 커졌던 지난해, 반대 측이 동네 일대에 붙였던 게시물 가운데 하나.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 표현을 지적하면서 반대 측은 게시물들을 제거하고 건축주 측에 사과했지만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육주원 교수 제공

경북대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무슬림들이 지난해 이슬람 기도소로 사용하던 대구 북구 대현동의 단층집을 사원으로 개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무슬림과 주민들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법원이 1, 2심에서 대구 북구청의 공사 중지명령을 무효화하면서 8월 22일부터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됐지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사장으로 통하는 골목에서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주민들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지난 5월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주민들은 기도소가 사원으로 변하면 대현동 일대에 무슬림이 늘어나고 선주민들은 지역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통 복장을 착용한 무슬림이 주택가를 드나드는 모습이 불안하다는 호소도 나온다. 수년간 경북대의 무슬림 유학생들을 세입자로 받으면서 이웃으로 지냈던 주민들이 이토록 무슬림 사원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슬람 사원 공사장으로 진입하는 골목에 건축 반대 측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육주원 교수 제공

이슬람 사원 공사장으로 진입하는 골목에 건축 반대 측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육주원 교수 제공


대현동 인근에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육주원 교수 제공

대현동 인근에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육주원 교수 제공



무슬림 경험 적지만 뉴스 접하며 혐오 생겨

이슬람 문화와 이주민들을 연구한 인류학·사회학 연구자들은 이를 ‘무슬림 없는 이슬람포비아(혐오증)’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슬람 문화권과 역사적으로 접점이 많고 이주민과 난민들을 일찍 받아들였던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무슬림이 직접적으로 연계된 테러나 사회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극단적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나 성범죄자로 도식화해 인식한다는 것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에서 무슬림을 만난 경험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혐오나 공포가 조성돼 있다”며 “2001년 9·11테러 이후 무슬림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혐오에는 인종주의 깔려 있어

대현동 사원 건축 갈등 초기에 중재를 시도했던 경북대 사회학과의 육주원, 이소훈 교수는 지난 4월 내놓은 논문에서 한국의 이슬람 혐오에 인종주의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지난해 2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대현동 일대에 걸렸던 현수막 등 게시물에서 문구 93건을 뽑아내 분석한 결과다. 현수막 중 일부에는 무슬림은 테러범이라거나 쿠란이 강간을 가르친다거나 대현동이 무슬림 밀집지역이 돼 슬럼화된다는 등의 자극적인 주장이 담겼다. 이를 지역개발사업에서 흔히 나오는 주거환경과 재산권 침해에 대한 반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육 교수는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사법적 결론이 난 공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았는데 한국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종주의는 단지 욕설이나 비하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차원에서도 특정 집단을 전혀 다른 지위로 인식하고 대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유럽과 상황 달라…일부를 전체로 보지 말아야

국내에서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단체들은 쿠란이나 유럽에서 벌어진 사건을 근거로 무슬림이 늘어나면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원 일대가 무슬림 지역으로 변해 극단주의를 퍼뜨리는 온상이 될 것이란 논리가 뼈대를 이룬다. 구 교수는 “그런 주장들은 유독 이슬람에 대해서만 문제로 삼는다”며 “미국에서 10, 20대 백인 남성들이 총기 난사 사건들을 벌였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백인이 위험한 존재로 묘사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한국사회가 선진국답게 사실에 근거해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UN)에 가입한 이슬람 국가가 57개국, 무슬림은 20억 명에 달하는데 정치적 목적으로 종교를 내세우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을 무슬림의 대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쿠란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구약성서에도 끔찍한 내용이 있듯이 종교인 대다수가 1,4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전 근대성이나 여성 인권의 문제는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것이 발생하는 사회의 민도 문제”라며 “탈레반과 같은 종족인 파슈툰족이 주류를 차지하는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이 두 번이나 민선 총리로 뽑혔다. 방글라데시도 현직 총리와 국회의장이 여성이다. 표피적으로 드러난 현상을 모두 종교에 끼워 맞춰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디. 그는 “이슬람협력기구(OIC) 중 히잡을 율법으로 강요하는 나라는 2곳뿐이다. 정치적 야욕을 앞세우는 일부를 나머지 95% 이슬람의 모습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사원 건축업자와 인부 2명으로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자 무슬림들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시멘트 포대를 나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슬람과 무슬림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은 시위에서 사라진 상황이다. 김민호 기자

지난달 22일 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사원 건축업자와 인부 2명으로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자 무슬림들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시멘트 포대를 나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슬람과 무슬림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은 시위에서 사라진 상황이다. 김민호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모래 위에서 항의를 하던 중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건축주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경찰이 사태를 방관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류수현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모래 위에서 항의를 하던 중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건축주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경찰이 사태를 방관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류수현 기자


동화 정책은 세계적으로 실패…서로 존중해야

한국이 경제적 이유로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중요한 문화인 종교를 그 땅에 두고 오라거나 다수 문화에 동화돼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교수는 “주류 문화와의 동화를 시도하는 정책은 실패했다고 학계에서 결론이 났다”며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이주민이 고유한 습속과 종교, 정체성을 지키면서 서로 윈윈하는 상호문화주의가 해법으로 나왔다. 동화 요구는 주류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할지 몰라도, 이주민들이 고유한 문화를 포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주민도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다만 이주민들도 선주민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대현동의 경우, 무슬림과 주민들의 교류가 적었던 편이다. 무슬림들은 자신들 대부분이 경북대 학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학업을 마치면 고국으로 귀국하기에 한국어를 익히는 경우도 드물다고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유학생들이 여기에 오래 살았지만 한국인 식당에서 밥 한 번 먹은 적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슬림과 주민 사이의 거리감을 줄이지 못하면 사원이 완공되더라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 교수는 "미국처럼 이주민이 문화별로 모여서 일정한 구역을 만들고 살아가기에는 한국에서는 이주민이 굉장히 적다"라면서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공포가 생긴다. 이주민들도 지역사회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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