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사망 아동 40명 중 14명은 부모 손에
전체 사망 아동 가운데 1세 이하 15명
폭언·왕따 등 정서 학대 아동도 크게 증가
세상을 등지려는 부모가 자식만 홀로 남겨둘 수 없다며 생명을 빼앗는 극단적인 아동학대 형태인 '자녀 살해.' 지난 6월 교외 체험학습을 간다고 했다가 일가족이 실종된 뒤 세상을 떠난 '조유나양 사건' 역시 자녀 살해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만 이 같은 자녀 살해로 숨진 아동은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가 31일 발간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전년보다 3명 감소한 40명이다. 이 가운데 35%인 14명은 자녀 살해에 따른 사망으로 조사됐다. 40명 중 37.5%인 15명은 1세 이하였다.
올해도 유사한 사건이 계속되지만 정부는 아직 자녀 살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제적 이유나 심각한 질병으로 자녀를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한 경우 등 원인이 굉장히 다양하다"며 "단순히 아동학대 문제만으로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어 사회적 원인을 분석해 지원하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1세 이하 아동 사망에 대한 대책은 서둘러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자녀는 물론 부모도 어린 탓에 양육에 큰 스트레스를 느껴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양육에 대한 고충을 덜어줄 사전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여전히 훈육 핑계로 체벌…학대 행위자 84%는 부모
지난해에는 학대로 인한 사망이 소폭 줄었을 뿐 아동학대 신고 접수와 판단 사례가 모두 급증했다. 신고 접수는 5만3,932건으로 전년보다 27.6% 늘었다. 이 중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도 21.7% 증가한 3만7,605건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신고가 증가했고, 정부 대응도 강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중 지난해 기준 학대가 다시 발생한 재학대는 5,517건으로 전체의 14.7%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8%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피해아동 발견율(아동 1,000명당 학대 사례)은 5.02퍼밀(‰)로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미국 8.4‰, 호주 12.4‰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부모의 아동학대 비율은 83.7%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1월 민법상 징계권이 폐지됐지만, 가정 안에서 훈육이란 이름으로 체벌·폭언이 이뤄진 사례가 포함돼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른의 폭언과 어린이집 내 따돌림 등으로 아이가 공포심을 느끼는 '정서적 학대' 사례도 크게 늘었다. 학대 유형별로 보면 '정서'는 1만2,351건으로 전체의 32.8%에 달했다. 전년(28.3%)보다 4.5%포인트 증가했다. 김혜래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최근 정서적 학대가 굉장히 늘고 있다"며 "아이가 공포심을 갖지 않게 눈높이에 맞는 훈육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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