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2회 이상 선박 음주운항 가중처벌 위헌
②2회 이상 음주측정 거부 가중처벌 위헌
헌재 "법 감정 부합해도 중형에 무감각해져"
작년 음주운전 2회 이상 가중처벌 위헌도
2회 이상 음주운항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바다의 윤창호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해당 법 조항이 범죄 전력과 새로운 범죄 간의 시간 차를 고려하지 않았고 형벌도 과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31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이 해사안전법 제104조2의 제2항에 대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씨는 지난해 선박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 2회 이상 술에 취해 선박 조타기를 조작해 운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한 경우 징역 2~5년이나 2,000만~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도록 가중처벌한다.
해당 조항은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선장이 2019년 술에 취해 배를 몰다가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자동차 음주운전 재범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과 입법 취지와 구조가 같아 '바다의 윤창호법'으로 불렸다.
A씨는 올해 3월 법원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요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가 되는 조항이 ①음주운항 전력과 처벌 대상이 되는 음주운항 범죄 사이의 시간 간극을 고려하지 않고 ②음주운항으로 확정 판결을 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였다.
헌재도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헌재는 "과거 음주운항이 상당히 오래 전이라면 다시 음주운항을 했더라도 해상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진 반규범적 행위가 아니다"라며 "가중처벌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법적 안정성도 언급했다. 헌재는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는 게 법 감정에 부합할 수 있다"면서도 "중형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범죄 예방과 법질서 수호에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죄질이 가벼운 음주운항 행위도 아무 제한 없이 가중처벌 대상으로 삼는 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문형배·이선애 헌법재판관은 "반복되는 음주운항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벌 강화를 선택한 입법자의 결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날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람이 또다시 측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서도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과거 위반 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음주측정 거부 사이의 간극을 고려하지 않는 반면, 형량은 과하다는 얘기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을 때 가중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도 위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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