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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 토막살인 사건… 인니 장교는 왜 원주민을 살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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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 토막살인 사건… 인니 장교는 왜 원주민을 살해했나

입력
2022.08.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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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군 장교, 독립반군 살해...'증오범죄' 가닥
"반군 분노에 대통령 파푸아 방문해 '달래기'
인니에 강제 편입 뒤 갈등 지속...종교·인종 달라

지난 4월 인도네시아 파푸아주(州) 초소 근무 중 서파푸아 민족해방군(TPNPB) 기습공격에 사망한 한 군인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지난 4월 인도네시아 파푸아주(州) 초소 근무 중 서파푸아 민족해방군(TPNPB) 기습공격에 사망한 한 군인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국토 동쪽 끝 뉴기니섬 파푸아주(州)의 한 주민은 강가에서 의문의 자루를 발견했다. 자루 안에는 머리와 다리가 잘린 시신 4구가 담겨 있었다. 깜짝 놀란 그는 경찰에 신고했고, 수색 끝에 인근에서 나머지 시신이 담긴 두 개의 자루를 더 찾았다. 현지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31일 군경 수사 결과에 따르면 범인은 파푸아주에 주둔하는 모 정예부대 소속의 현역 장교 6명이었다. 이들은 지난 22일 "AK소총을 구입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피해자들과 접선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가 서파푸아 민족해방군(TPNPB) 소속임이 드러나자 피해자들을 살인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에선 이번 사건이 파푸아 독립운동에서 파생된 비극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피해자들과 특별한 원한이 없던 장교들이 TPNPB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 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했기 때문이다.

TPNPB에 대한 주둔군의 증오는 상당하다. TPNPB가 지난 3월 송전탑을 수리하던 주둔군 통신 병력 8명을 살해한 데 이어, 4월에는 주둔군 초소를 습격해 경비 대원 한 명의 목숨도 앗아갔기 때문이다.

"사형시키지 않으면 보복작전" 일촉즉발의 인니

지난 30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수도 자카르타에서 파푸아주로 향하는 전용기를 타기 전 측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지난 30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수도 자카르타에서 파푸아주로 향하는 전용기를 타기 전 측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자 TPNPB는 결사 항전을 다짐했다. TPNPB 대변인은 전날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범인들을 공개법정에서 재판하고 사형으로 처벌하라"며 "그러지 않을 경우 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즉각적인 보복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TPNPB 달래기에 나섰다. 전날 조코위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파푸아주로 직접 향했으며, 현지에서 구체적인 파푸아주 지원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국회는 최근 파푸아주를 5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하는 '파푸아 개발법'을 통과시켰다. 원주민의 경제적 빈곤부터 해결해 독립 의지를 희석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물론 단편적인 경제지원은 근원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카르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비디안디카 페르카사 선임연구원은 "경제 지원책과 별개로, 파푸아의 폭력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휴전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동시에 고착화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공식조사를 시작해야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종도 종교도 다른 두 민족, 끝나지 않는 비극

지난 2019년 9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와메나 시내의 한 상점이 불에 타고 있다. 와메나=AP 연합뉴스

지난 2019년 9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와메나 시내의 한 상점이 불에 타고 있다. 와메나=AP 연합뉴스

과거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파푸아 서부는 1969년 인도네시아의 26번째 주로 강제 편입됐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본토의 주류인 자바인을 파푸아주로 대거 이주시켜 광산 등을 장악했다. 이권을 뺏긴 파푸아 원주민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TPNPB는 본격적인 무장 독립 투쟁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대화와 상생'이 아닌 '탄압'을 선택했다. 멜라네시아인인 파푸아 원주민은 기독교를 믿지만, 인도네시아 자바인은 대부분 이슬람 신도다. 타 인종과 종교에 적대적인 군경과 이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원주민들을 "원숭이"라고 하대하며 폭언과 구금, 고문 등을 자행해 왔다.

참다못한 원주민들은 지난 2019년 8·9월 인도네시아의 폭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진압 과정서 충돌한 원주민과 군경의 대치로 인해 40여 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후 TPNPB는 무장 저항 전략을 강화, 해마다 수십 차례 주둔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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