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1916∼1956년)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가 최근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한국명 ‘이남덕(李南德)’으로도 국내에 알려져 있다. 이중섭이 직접 지어준 이름으로 ‘남쪽에서 온 덕이 있는 여인’이라는 뜻이다.
제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서 거주하던 마사코 여사는 지난 13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전 학예사에게 이메일(전자우편)을 보내 소식을 전했다. 고인은 1921년생으로 일본 문화학원에서 유학하던 이중섭과 미술부 선후배 사이로 만났다. 이중섭이 연인이었던 고인에게 보낸 그림 편지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중섭이 일본으로 떠난 고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화가로서 성공해 ‘가장 사랑하는 현처 남덕씨’와 가족들을 만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던 1945년, 고인은 배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와 이중섭과 원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피란 생활이 이어지면서 이중섭은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적었다고 전해진다. 한 도시에 머물면서도 한 집에서 생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미술계에서는 이중섭이 가족이라는 소재에 천착했던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한다.
고인은 1952년 부친의 별세를 계기로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난다.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어려웠던 시절, 이중섭은 1953년 7월 친구가 마련한 해운공사 선원증으로 잠깐 일본을 방문했고 그것이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한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중섭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게와 물고기는 제주도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지낸 1년은 피란 이후 이중섭 가족이 함께 한 가장 긴 기간이었다. 고인은 서귀포 시절 가족이 함께 바닷가로 나가 게를 잡으며 놀았고 먹을 것이 귀해서 게를 반찬으로 삼았다고 회상한 바 있다. 고인은 2012년 남편의 유품인 팔레트를 서귀포시에 기증하기 위해 제주를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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