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차관님의 법정시계를 두 배로 늘린 이상한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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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차관님의 법정시계를 두 배로 늘린 이상한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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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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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랑
박미랑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A차관 사건, 발생 635일 만에 1심 선고
일반 형사사건 대비 두 배 이상 지연
처벌의 신속성 원칙 훼손한 재판부

A씨는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을 졸랐다. 이틀 뒤 그는 택시기사에게 1,000만 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사건만 보면 매우 단순하다. 손님이 기사를 때렸고, 블랙박스에 모든 정황이 담겼다. 운전기사는 사건 직후 바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운전자 폭행)이고, 증거인멸 교사 혐의까지 매우 명확하다. 여느 폭행사건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 사건에는 두 가지 다른 점이 있다. 하나는 A씨가 법무부 차관이었다는 점, 그리고 1심이 선고되는 데 상식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 6일에 발생한 해당 사건의 1심 재판은 2022년 8월 25일 선고되었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635일이 걸렸다. 2년을 3개월 정도 못 채운 기간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주요 형법범죄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범죄가 폭력범죄이다. 2020년 한 해 폭력사건은 인구 10만 명당 277건이 발생하였고 그중 운전자 폭행은 2,894건이었다. 이 모든 폭력범죄와 운전자 폭행사건에 대한 재판이 모두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형사소송에관한특별조치법'은 형사소송의 지연을 방지함으로써 형사피고인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원은 1심에서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운전자 폭행사건에 대한 선고기간만을 추려낸 통계치를 찾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형사사건의 평균 1심 처리기간을 살펴보면 차관님의 재판과 큰 차이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2020년 평균 1심 처리기간을 살펴보면 구속사건의 경우 110일, 불구속사건은 161일이 걸렸다. 2019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구속사건의 1심 처리기간은 101일, 불구속사건은 148일이 소요되었다. 통상 5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법한 단순 폭력사건 앞에 '차관님'의 수식이 붙으면서 폭력사건이 신고에서 기소 결정까지 거의 10개월이 걸렸고, 기소된 이후 1심 선고 까지도 10개월을 넘겼다.

사건 발생 이후 선고까지 20개월이나 걸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모든 피고인에게 그러하다면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보장 측면에서 비판받을 것이며, 이것이 법무부 차관에게만 적용된다면 선택적으로 느리게 가는 법정 시계도 문제이다.

처벌이 처벌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범죄자는 확실히 잡혀야 하고, 행위에 맞게 엄격해야 하며, 신속하게 처벌이 집행되어야 한다. 이를 처벌의 확신성, 엄격성, 그리고 신속성이라 한다. 처벌의 신속성은 엄격성이나 확신성에 비해 덜 강조되어 왔지만, 폭력 행위와 같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범죄는 신속성도 상당히 중요하다. 실제로 폭력사건 가해자들과의 면담에서는 신속한 재판의 욕구가 쉽게 읽힌다. 매도 빨리 맞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그러나 차관님의 재판부는 범죄자를 처벌하는 재판이 아닌 법리싸움에서 조금도 지고 싶지 않다는 전략과 오기만 남은 재판을 허용한 것이다. 20개월 동안 대중은 그를 잊어 갔고, 잊혀진 만큼 법관과 차관님의 부담감은 경감되어 갔을 것이다. 그리고 가벼워진 것이 또 있다. 그의 반성하는 마음이다.

필자와의 면담에서 한 폭력범죄 피의자는 "가족에게 잘못해도 1주일만 지나면 잘못한 것과 미안한 마음을 잊는다. 그러나 1년 전의 사건에 대해서 계속 반성하냐고 물으니 그냥 건성으로 그렇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빠른 재판은 범죄자의 권리는 물론 국민들에게 법이 생생하게 살아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차관님의 재판은 처벌의 신속성이라는 시계를 멈추게 했다. 재판부는 그의 진지한 반성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재판기간과 반성의 마음은 반비례하기에 이번 느리고 느렸던 법무부 전 차관님의 재판 결과가 매우 씁쓸하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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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랑의 범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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