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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싫다"던 ‘멕시코 영웅견’ 살해범의 최후.. 징역 10년에 배상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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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싫다"던 ‘멕시코 영웅견’ 살해범의 최후.. 징역 10년에 배상금까지..

입력
2022.09.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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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사역견으로 활약하다 동물학대범이 살포한 독극물을 먹고 숨진 탱고(왼쪽)와 아토스를 추모하는 사진. Ruido en la Red 트위터

멕시코에서 사역견으로 활약하다 동물학대범이 살포한 독극물을 먹고 숨진 탱고(왼쪽)와 아토스를 추모하는 사진. Ruido en la Red 트위터

멕시코에서 사역견으로 일하던 개 두 마리를 독살한 범인이 최근 법원에서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23일, 멕시코 케레타로법원 알리시아 바수토 가르시아 판사는 적십자사 소속 구조견과 정서치료 지원 동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멕시코 6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가르시아 판사는 A씨에게 230만 페소(약 1억5,000만원)를 적십자사에 배상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6월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독극물을 묻힌 소시지를 거리에 살포해 구조견 ‘아토스’와 정서치료 지원 동물 ‘탱고’를 죽인 혐의를 받았습니다. 아토스와 탱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거리에 떨어진 소시지를 먹었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아토스를 담당하는 훈련사는 개를 빨리 죽이려는 듯 소시지에는 여러 가지 독극물이 섞여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를 묻자 “개가 싫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내가 다니는 거리에 구조견들이 다니는 게 싫었다”면서 “구조견 담당자들이 개를 잘 컨트롤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탱고(위), 아토스의 생전 모습. 애니멀 폴리티코 캡처

탱고(위), 아토스의 생전 모습. 애니멀 폴리티코 캡처

그러나 A씨의 주장과 달리 멕시코 국민들은 아토스와 탱고가 억울하게 희생당했다며 분노했습니다. 아토스는 보더콜리 품종으로 국제수색구조견협회의 인증을 받은 전문 구조견입니다. 지난 2017년 발생한 규모 7.1의 멕시코 대지진 당시 잔해 속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죠. 아토스는 해군 소속 구조견으로 맹활약한 ‘프리다’와 함께 멕시코 국민들의 영웅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아토스는 과테말라 화산 폭발 현장에서도 수색 임무를 다하는 등 중남미 곳곳에서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요크셔테리어 품종 탱고는 특유의 부드러운 성격으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불안,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의 정서 치료에 가장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하네요.

아토스와 탱고를 죽인 범인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여론은 점점 더 고조됐습니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 범인을 그동안 사법처리한 예가 없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각계 전문가들도 범인의 처벌을 위해 기꺼이 재판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공판에는 멕시코와 과테말라 소방대원과 공무원, 수의사, 구조견 훈련 전문가 등이 법정에서 아토스와 탱고가 생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밝혔습니다.

A씨에 대한 징역형이 선고된 뒤 현지 동물단체는 “정의가 실현됐다”며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첫 유죄 판결에 환영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피해 동물들을 대변해 이번 재판을 이끈 모니카 우에르타 무뇨스 변호사는 “피고인은 최고 징역 18년 형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동물학대를 멕시코 사법당국에서 처음으로 다룬 사건인 만큼, 사회에 경각심을 주기에는 충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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