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美 랜드연구소 공동보고서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했던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비롯, 인체에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를 드론을 통해 남한에 살포할 수 있다는 한미 싱크탱크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얼굴에 VX 공격을 받은 지 1시간여 만에 숨졌다.
아산정책연구원은 30일 미 랜드(RAND)연구소와 공동으로 발표한 ‘북한의 화생무기, 전자기펄스(EMP), 사이버 위협: 특성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북한은 화학 물질을 운반할 수 있는 야포, 다연장 로켓발사대, 박격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화학무기 운반을 위해 드론도 사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화학무기로 △VX △사린(GB) △소만(GD) △시안화물(AC) 등을 보유하고 있고 규모는 최소 5,000톤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북한이 5,000톤가량의 화생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1996년 유종하 외무부 장관의 국회 보고와 2018년 국방백서에 명기된 “현재 추산 2,500~5,000톤가량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는 기록에 근거한 것으로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전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회에서 “북한이 1990년대 구소련 지역에서 VX를 2,000톤 수입했다는 탈북자 증언을 들은 바 있다”며 “VX는 1,000톤만 있어도 수백만 명을 살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탄저균 △브루셀라증 △유행성출혈열 △폐 페스트 등 생물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예상했고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방공망이 예상보다 취약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특정 후방 지역에 생물학 무기를 살포하기 위해 드론이나 AN-2 항공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이 생화학무기 운반수단으로 드론에 주목한 것은 탐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베넷 전 연구위원은 “탄도미사일은 위성을 통해 탐지가 가능하지만 드론은 정찰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도 “저공 비행하는, 낮은 레이더 반사 면적을 갖는 표적을 요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넷 전 연구위원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핵심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과감한 제안을 했지만 김여정은 관심이 없다고 했다”며 “단순히 미국, 한국에서 따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좀 더 많은 계획을 세워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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