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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판례 철회한 긴급조치 9호 불법 판결

입력
2022.08.3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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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금됐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본인, 가족, 상속인 등이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전합은 지난 2013년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으나 1970년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했던 A씨 등 71명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 최주연 기자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금됐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본인, 가족, 상속인 등이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전합은 지난 2013년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으나 1970년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했던 A씨 등 71명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 최주연 기자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는 위헌일 뿐 아니라 불법행위라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긴급조치 9호 피해자 71명이 낸 국가 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위헌이긴 하나 불법은 아니란 이전 대법원 판례를 7년 만에 변경한 결정이다. 늦은 감이 있으나 과거사에 역행해온 판례를 수정한 건 평가할 일이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가 명백하고 이를 적용·집행하는 직무행위 역시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한 만큼 국가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015년 양승태 사법부와는 정반대의 논리다. 당시 대법원은 긴급조치가 국민에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행위라서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박 정권은 유신헌법이 허용한 대통령 특별조치(긴급조치)를 1974년 1호를 시작으로 9호까지 공포했다. 민주화 운동을 가장 탄압한 긴급조치 9호는 유언비어 날조, 유포는 물론 집회·시위 관련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해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반민주 악법은 10·26 이후 폐지되긴 했으나 2013년 들어 무효, 위헌으로 지각 판시됐다.

그런데 정작 대법원은 2년 뒤 긴급조치 9호의 불법성을 부인하고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정치행위, 통치행위라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결과적으로 긴급조치가 불법이 아니란 법리는 유신독재를 사법부가 정당화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문제의 판결은 2017년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재판거래 의혹까지 제기됐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한 ‘정부 협조 사례’에 포함된 것인데 대법관들의 부인 성명에도 판결의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긴급조치 9호 배상사건에 대한 재심리에 들어가 이번에 판례를 수정한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기존 판결이 번복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받을 길이 열린 건 다행이다. 사법부는 이에 그치지 말고 역주행 지적을 받는 다른 사안들의 재심리에도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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