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 올랐던 정보라 작가
연세대에 퇴직금·수당청구 소송...31일 첫 변론기일
11년간 강사로 재직, 퇴직금 제대로 못 받아 소송
소설집 '저주토끼'로 지난 4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 및 수당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년간 이 학교 시간강사로 근무했지만 지난해 퇴직 후 퇴직금과 연차‧주휴 수당 등을 받지 못해 이를 달라는 요구인데, 3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이 열린다.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정 작가는 지난 4월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 및 수당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과 정 작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연세대 인문학부에서 노어노문을 전공하고 미국 예일대 러시아동유럽지역학 석사, 인디애나대학에서 슬라브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정 작가는 2010년 3월부터 이 대학 노어노문학과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강의했던 과목은 러시아어1(3학점), 러시아 문학(3학점), 러시아문화체험(3학점) 등으로 한 학기 평균 9학점이었다. 강의와 강의 준비 등을 합쳐 조합 측이 추산한 정 작가의 1년 강의 노동 시간은 약 1,200시간. 이 밖에 종종 학과와 학교 관련 행사에서 각종 자료를 수집, 편집하는 일도 맡았다.
그러나 2021년 12월 강사직을 그만둔 후 연세대로부터 퇴직금은 물론 주휴‧연차 수당 등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게 정 작가의 입장이다. 2019년 8월 시행된 강사법은 주 5시간 이상 강의를 담당한 강사에게 퇴직금을 산정하라고 명시했지만, 정 작가 주장에 따르면 연세대는 이조차 지키지 않은 셈이다. 정 작가는 "소를 제기한 후 연세대로부터 '2022년 1학기 퇴직한 강사는 IRP계좌(퇴직금 적립 계좌)를 알려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지난해 퇴직해 대상자가 아닐뿐더러 강사법 시행 후 IRP계좌를 만들라는 어떤 안내도 학교 측으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재판을 앞두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조합은 "정보라 박사처럼 강의노동을 수행하는 대학 강사들을 주 15시간 미만 노동하는 초단시간근로자로 간주해 각종 수당 지급을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재판부가 이 결과를 검증하여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납득할 만한 강의시간 외 강의관련 노동시간 인정 기준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연세대에서는 그가 유일한 조합원이어서 소송비용을 혼자 부담해야 한다. 소송을 이긴다 해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정 작가는 사립대 시간강사들을 위한 판례를 만들려 소송에 나섰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조합은 변론 첫 날인 31일 오전 서부지법 앞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한편 정 작가가 후보에 올랐던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상을 준다. 한국 작가로는 2016년 한강이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았다. 정보라 작가와 이 책을 영어로 옮긴 안톤 허(본명 허정범) 번역가는 소설집 '저주토끼'로 올해 4월 최종 후보 6명에 포함돼 기대를 모았지만, 부커 재단은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의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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