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구성 놓고 갈등…의회 해산·조기 총선 요구
AP "은퇴 선언은 교착 상태 해결하기 위한 전략"
시위대 정부군과 충돌해 최소 3명 사망·15명 부상
이라크에서 반외세 정파를 이끄는 이슬람 시아파 정치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29일(현지시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내각 구성 문제를 놓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다. 알 사드르의 은퇴 발표 후 지지자 수백 명이 정부청사로 몰려드는 등 이라크의 정국 혼란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반외세 성향의 알사이룬 정파 지도자 알 사드르는 트위터에 "동료 시아파 정치인들이 개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최종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지난해 10월 총선을 치렀지만, 내각 구성을 놓고 알사이룬 정파와 친이란 정파 연합체 '조직의 틀' 사이 갈등이 계속됐다. 당시 알사이룬 정파는 총선에서 73석을 확보했지만, 과반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조직의 틀'은 알사이룬 정파의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내각 구성을 반대했고,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올해 6월 알사이룬 정파는 의회 해산과 조기 선거를 요구하며 소속 의원 73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알사이룬 지지자 수천 명도 지난 7월 말부터 의회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알 사드르는 추종자들에게 알사이룬 정파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라고 부추겼다.
알 사드르는 과거에도 정계 은퇴 선언을 했다가 복귀한 적이 있다. 외신들은 이번 알 사드르의 은퇴 선언도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이라크 정국을 고려하면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알 사드르가 정치적 절차에서 손을 떼는 행위는 그의 추종자들에게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청신호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알 사드르의 은퇴 선언 후 지지자 수백 명이 정부청사로 몰려들어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청사 건물의 시멘트 장벽을 허물고 보안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3명이 숨지고 최소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라크군 당국은 오후 3시 30분부터 수도 바그다드 전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남부 바스라주(州)에선 알 사드르 지지자들이 항의의 의미로 타이어를 태우고 도로를 봉쇄했다. 미산주에선 수백 명이 주 청사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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