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여론조사 반대 의견, 찬성의 3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도 반대 의견 7000여건
"갑질 증명 원천봉쇄...악법 중의 악법"
당사자 동의 없는 통화 녹음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 된 가운데,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2명은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낮을수록 반대 비율이 높았다.
2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화 녹음이 내부 고발 등 공익 목적으로 쓰이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으므로 법안 발의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4.1%로 집계됐다. '통화 녹음이 협박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을 뿐 아니라, 개인 사생활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법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3.6%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3%였다. 유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는 26일 실시됐다. 신뢰도는 95%, 표본오차는 ±4.4%포인트다.
"헌법의 행복추구권 침해..." 개정안에 여론은 싸늘
지난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화 참여자 전원의 동의 없이는 대화를 녹음하는 걸 금지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10년과 5년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 발의자는 구자근·권명호·김선교·양금희·이명수·박대수·박덕흠·엄태영·이헌승·윤영석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명이다.
현행법에는 '당사자 간의 1대 1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합법이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일방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에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듯 여론은 싸늘하다.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3배가량 많은 이 설문에서, 연령이 낮을수록 반대 응답 비율이 높았다. 만 18~29세(반대 80.7%, 찬성 15.9%), 30대(반대 75.4%, 찬성 16.6%), 40대(반대 71.2%, 찬성 16.9%), 50대(반대 61.9%, 찬성 29.6%), 60대(반대 50.7%, 찬성 34.5%), 70세 이상(반대 40.1%, 찬성 28.2%) 순이었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중도층(반대 71.1%, 찬성 20.0%)과 진보층(반대 70.5%, 찬성 18.7%) 모두 반대가 70% 이상이었고, 보수층(반대 55.3%, 찬성 32.4%)에서도 반대가 과반을 차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개정안 발의 12일 만에 반대 의견 7000여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도 개정안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29일 오후 3시 기준 해당 개정안에 대한 안내 게시글에 등록된 의견 7,200여 개 중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반대 의견을 올린 윤모씨는 "민사 또는 형사에서 증거를 제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 통화녹음이 막히는 법, 약자의 자기보호기능을 막아버리는 윤상현 의원 통신비밀보호법에 절대 반대한다"며 "악법"이라고 질타했다. 김모씨는 "범죄자의 동의를 얻어 범죄자의 가해행위를 녹음하라는 게 무슨 어불성설인지 모르겠다. '권력자 막말비호법'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윤 의원이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안 발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모씨는 "녹음으로 자신의 잘못이 까발려진 윤 의원이 발의한 행동에는 불순한 저의가 있다고 본다"며 "녹음금지법이 시행된 후에 대체 수단이 생겨 또다시 갑의 불법행위가 적발된다면 그 땐 또 ㅇㅇ금지법을 만들 건가"라고 꼬집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