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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이재명을 넘을 수 있나

입력
2022.08.2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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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대선 재수 ‘문재인의 길’ 성공할까
강성 지지층 의존 정치, 위험천만
거친 언사, 남 탓, 편가르기 달라져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와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마중 나온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와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마중 나온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 출마를 꿈꾸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선 패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곧바로 전당대회에 나선 것은 그 나름의 ‘대선 로드맵’일 게다. 공천권을 확실히 행사해 내후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목표의 7부능선쯤 도달한다는 계산이 서지 않았을까.

이례적인 조기 등판을 이 대표의 정치적 야심으로만 볼 건 아니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상실감을 달래 줄 중량감 있는 인사로 지지층이 이재명을 소환한 측면도 엄연하다. 침체된 내부 전열을 수습해 강한 야당 행세를 하려는 민주당의 의도도 한몫했을 것이다. 전당대회 내내 이어진 ‘어대명’ 분위기에 역대 최고 득표율이 이를 말해준다.

자의든, 타의든 전장(戰場)의 전면에 선 이재명의 앞날은 안갯속이다. 정치는 변수와의 싸움이란 말이 있다. 미리 예상할 수 있는 변수가 있는가 하면 어디서 날아온지도 모르는 탄환에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수없이 많이 쏟아질 변수를 감당하기에 4년 반은 매우 긴 시간이다. 과거 정치인들이 선거 패배 후 한동안 무대를 떠났던 이유는 능력 밖의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험한 길을 자초한 이 대표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원칙과 가치다. 대선 캠페인 때도 드러났듯이 이재명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은 불분명하다. 공약을 수시로 뒤집었고 자주 말을 바꿨다. 좋게 보면 유연함이지만 대중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 요소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분명한 소신과 철학이 없으면 작은 위기에도 흔들리고 결국 좌초하기 마련이다.

민주당은 다른가.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건너뛴 이 대표나 반성과 쇄신이 실종된 민주당은 한 몸이다. 속의 내용물은 없는데 겉만 크게 부풀려진 ‘공갈빵’이나 다름없다. 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는지, 무엇을 잘못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믿는 것은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실책이다. 이 대표가 할 일은 자신과 당의 뼈대를 다시 세우고 대들보를 올리는 것이어야 한다.

이 대표는 이런 본질적 문제에 앞서 제 앞가림부터 해야 하는 처지다. 곧 부닥칠 ‘사법 리스크’에 그의 명운이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이미 보궐선거 셀프 공천과 전당대회 출마에 이어 당헌 개정까지 세 겹의 방탄복을 입었다. 민주당의 앞날까지 저당 잡힌 상태다. 결코 에둘러 넘어갈 일이 아니다.

변명과 꼼수가 아닌 정공법만이 살길이다. 세간의 의심을 풀어줘야 할 의무는 그의 몫이다. 있는 그대로 밝히고,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이번에 확실히 매듭짓는 게 그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다.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시달리던 이회창 후보는 결국 무혐의가 나왔지만 대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들어야 했다. 이 대표도 국민적 의구심을 앞장서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제2의 이회창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대표가 모든 난관을 강성 지지층에 기대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직접민주주의가 악용되면 독재가 될 수 있다. 이른바 ‘개딸’과 ‘양아들’을 최종병기로 동원할 생각이라면 위험천만하다. 아무리 집토끼가 든든해도 산토끼를 잡지 못하면 그 사냥은 실패한 것이다. 민심과 괴리되고 중도층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의 집권은 일장춘몽이다.

좋은 지도자는 결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지키는 사람이다. 많은 국민은 이 대표에게서 불안감을 느낀다. 싸움닭 기질에 정제되지 않은 언사, ‘남 탓’과 편가르기 태도는 자질 부족으로 비친다. 이제 이재명은 윤석열과의 대결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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