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 대혼란
13년 4개월 만에 1350원 돌파
코스피 2%대 급락 '검은 월요일'
"환율 1400원대 열어둘 필요"
29일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폭등하면서 1,350원을 돌파했다. 달러 초강세에 원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잭슨홀 회의에서 확인된 미국의 고강도 긴축 의지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국내 외환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극심한 안전 자산 쏠림 현상에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파월 쇼크... 1350원도 뚫린 환율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장중 1,350.8원까지 고점을 높이는 등 지난 23일 기록한 연고점(장중 1,346.6원)을 4거래일 만에 갈아 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한 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원)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51.3원 급등했다.
이날 환율 폭등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부추긴 결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 고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을 이어 가겠다며 사실상 '인플레이션과의 장기 전면전'을 선언했다.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재차 109선을 웃돌며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한 당국의 개입도 속수무책이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놨지만 폭주하는 환율을 저지하지 못했다.
코스피 2%대 급락... 하반기 내내 변동성 불가피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코스피는 기관이 5,600억 원어치를 팔아 치운 결과 2.18%, 코스닥은 2.81%씩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 2.33%, 2.73%씩 떨어졌고, 금리 인상에 특히 민감한 대형 기술주 가운데 네이버(-3.31%)와 카카오(-5%)는 낙폭이 더 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강경하고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닛케이225와 대만 자취안 지수가 2%대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하반기 내내 금융시장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은 연준의 강력한 긴축 의지를 고려할 때 당분간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이날 현재 70.5%에 달하는 등 시장은 9월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잭슨홀 회의는 연준의 정책 전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낮췄다"며 "미 달러 강세 요인이 조기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연말로 갈수록 1,300원대 후반까지 높아질 수 있고 내년 초 1,400원대 상향 돌파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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