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폭우와 불어난 물에 몸살
홍수 대비 안 된 부실 건물 등 무너져
2010년 최악 홍수 피해 넘는 "기후 디스토피아"
우기를 맞은 파키스탄이 올해 들어 역대 최악의 물난리 피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사망자는 1,000명이 넘었고 최소 3,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부 산악지대에서 빙하가 녹아 물이 불어난 가운데, 우기에 전례 없는 비가 쏟아지면서 북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에서 남부 신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국토가 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는 지난 한 주간 이어진 파키스탄 내의 홍수 피해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영상과 사진들이 공유됐다.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장관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에 있는 마드얀교(橋)에 물이 넘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다리는 2010년 홍수 이후 수면에서 5미터 위에 지은 것인데 다리 위로 넘칠 정도로 물이 불어난 것이다.
대홍수를 예상하지 못한 채 강가에 지어진 부실한 건축물이 잇달아 무너지거나 강물에 떠내려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고 있다. 북부 산속에 위치한 휴양 도시 칼람에서는 지난 26일 '허니문 호텔'이라고 알려진 신축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영상이 공개됐다. 사전 경고로 직원과 손님들이 미리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홍수로 인한 재산 피해는 북부뿐 아니라 남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인더스강 하류에 위치한 신드주에서도 비에 휩쓸린 건물이 무너지는 사례가 보고됐다. 저개발 지역인 남서부 발루치스탄주는 일부 지역이 폭우로 인해 교통과 통신이 일시적으로 완전히 끊겨 고립되는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조난을 당하거나 심하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례도 있었다. 북동부는 산악 지역이라는 점이 겹쳐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코히스탄 구역에서는 군 헬기가 구조 작전을 실행해 불어난 물 사이에 갇혀 있는 한 남성을 극적으로 구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수해를 2,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0만 명이 피해를 입은 2010년 수해에 비견하고 있다. 2010년에는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전 세계 자연 재해를 입은 수많은 현장을 방문했지만 이렇게 심한 것은 처음 본다"며 국제 사회의 지원을 촉구한 바 있는데, 현재 피해가 12년 전 사태를 넘어섰단 얘기다.
레흐만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2010년 홍수로 인해 국토의 5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지금 상황은 더 나쁘다"면서 "우리 앞에 기후 디스토피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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