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유 국내 소비량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
정유업계, 생산량 1992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
국내 소비보다 유럽 수출 겨냥…러시아 전쟁 여파
휘발유·항공유 소비량 증가…휴가철 여행 수요 때문
정유사들이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면서 소비량이 줄었는데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유럽에서 경유 수요가 높아지면서, 수출로 수익성을 챙기기 위한 전략에서다.
28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7월 국내 경유 소비량은 1,333만4,000배럴로 집계됐다 유류세 인하 폭이 늘어나고,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지난 6월(1,212만3,000배럴)보다는 10%가량 늘었지만, 전년 동월(1,383만1,000배럴)과 비교하면 3.6% 줄어든 규모다.
국내 경유 소비량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다. '서민연료'로 여겨졌던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지면서 수요가 준 것이다. 정부는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유류세를 37% 인하했다. 다만 휘발유에 매기는 세금이 경유보다 많았기 때문에 휘발윳값이 더 많이 내렸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는 리터(L)당 약 304원, 경유는 약 212원의 할인 효과가 생겼다.
경유, 국내 소비 줄었지만 유럽 수요↑…정유업계 역대 최대 생산
이처럼 국내 수요가 줄었지만, 정유사들은 7월 한 달 동안에만 3,282만 배럴의 경유를 생산했다. 페트로넷이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내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경유가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정유업계는 경유 생산·수출을 늘리며 수익을 챙겨왔다.
실제 국제 시장에선 휘발유보다 경유가 비싸게 거래된다. 휘발유는 대부분 승용차 연료로만 사용되지만, 경유는 차량, 굴삭기, 발전연료 등 산업 전반에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 싱가포르 거래소 기준 지난달 경유 평균 거래 가격은 배럴당 145.3달러로, 휘발유(116.6달러) 대비 24.6% 비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를 구하기 어려워져 경유를 대신해서 쓰려고 한다"며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휘발유 수요는 줄고 경유 수요는 늘기 때문에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휘발유·항공유 소비량 급증…코로나 방역 완화·여름휴가 영향
한편 지난달 휘발유와 항공유는 소비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동월(729만2,000배럴) 대비 15.5% 증가한 842만3,000배럴로 집계됐다. 항공유 역시 215만3,000배럴로, 지난해 7월(177만7,000배럴)보다 21.2%가량 소비량이 늘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항공유 소비량이 늘어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 여름 휴가철 등이 겹치면서 국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유류세 인하로 주유소에서 물량을 많이 확보한 것도 휘발유 소비량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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