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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혼자 버린 플라스틱만 46개... 플라스틱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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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혼자 버린 플라스틱만 46개... 플라스틱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입력
2022.08.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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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그린피스 플콕조사' 참여기
매일 배출하는 일상 속 쓰레기가 복병
개인 노력엔 한계... "ESG 기업이 나서야"

그린피스 플콕조사에 참여한 일주일간 예상치 못하게 배출하게 된 플라스틱 쓰레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택배 박스테이프, 과일 포장재, 빵집 포장비닐, 일회용 안약 용기. 곽주현 기자

그린피스 플콕조사에 참여한 일주일간 예상치 못하게 배출하게 된 플라스틱 쓰레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택배 박스테이프, 과일 포장재, 빵집 포장비닐, 일회용 안약 용기. 곽주현 기자

일주일간 46개. 30대 여성인 기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개수다. 의식적으로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새 제품 대신 리필 제품을 사서 썼음에도 하루 평균 7개 가까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려야 했다. 기록을 하나하나 되짚어 볼수록 마음이 답답해졌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기자는 이달 22~28일 일주일간 시민 참여형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 '그린피스 플콕조사'에 참여했다. 벌써 세 번째 진행되는 조사에 올해는 4,000명 넘는 시민이 참여해 일주일간의 기록을 남겼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할 때마다 앱에 종류와 제조사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그린피스는 취합된 정보를 분석해 올해 말 우리나라 국민들의 플라스틱 사용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일상 속 '복병' 플라스틱 쓰레기... 생수 페트병 쓰레기도 늘어간다

청소년 환경운동가 성지현(16)양이 그린피스 플콕조사에 참여, 일주일간 사용한 플라스틱을 앱에 기록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청소년 환경운동가 성지현(16)양이 그린피스 플콕조사에 참여, 일주일간 사용한 플라스틱을 앱에 기록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테이크 아웃 커피나 배달 음식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매일 배출하는 일상 쓰레기 속 플라스틱이 복병이었다. 기자의 경우 매일 두 차례 안약을 넣어야 하는데, 안약이 일회용 용기에 들어있다 보니 하루 최소 두 개의 플라스틱을 배출하게 됐다. 여기에 플라스틱이 원료인 일회용 마스크까지 더하면 기본 세 항목이 매일 앱에 입력됐다. 복숭아를 하나씩 싸고 있는 스티로폼 포장재나, 택배상자에 붙어있던 박스 테이프도 모두 예상치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이번 플콕조사에 참여한 시민들도 조사를 시작하면서 소비 패턴을 자각한 경우가 많았다. 청소년 환경운동가 성지현(16)양은 "집에서 매일 개별 포장된 마스크의 비닐과 커피 캡슐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고 했고, 주부 오희영(34)씨도 "매일 마시는 두유 비닐팩이 가장 많이 배출됐다"고 말했다. 평소 플라스틱 재질이라고 인지하기 어려운 제품들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그린피스 플콕조사에 참여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그린피스 플콕조사에 참여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물을 사 마시다 보니 페트병도 수시로 내놓게 됐다. 그나마 환경을 생각해 무라벨 생수를 사 마시고 있긴 하지만, 일주일간 집에서 1.5리터짜리 페트병 3개와 번들을 싸고 있던 비닐 하나가 배출됐다. 단체로 이번 조사에 참가한 중학생 교실에서도 페트병이 가장 많이 쏟아졌다. 서울 한 중학교의 1학년 담임교사 김지수(29)씨는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긴 물을 마시는 학생들이 많아 일주일간 관련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0년 3,9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1조2,000억 원 규모로 커졌고, 내년에는 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수 시장이 성장할수록 플라스틱 배출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개인 노력엔 한계... 그린피스 "플라스틱 생산의 수도꼭지부터 잠가야"

그린피스 플콕조사 참여 중 화장품 본품 대신 리필 제품을 샀지만, 이마저도 플라스틱에 들어가 있어 플라스틱 배출을 피할 수 없었다. 곽주현 기자

그린피스 플콕조사 참여 중 화장품 본품 대신 리필 제품을 샀지만, 이마저도 플라스틱에 들어가 있어 플라스틱 배출을 피할 수 없었다. 곽주현 기자

일주일간 조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역설적으로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였다. 샴푸를 다 써 본품이 아닌 리필 제품을 구매했지만 이마저도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에 들어있었고, 화장품 리필 제품도 불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었다. 라면을 끓여 먹든, 샐러드를 사 먹든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로부터 도망칠 수가 없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배우 김정회(29)씨도 "스스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지만, 기록을 다시 살펴보니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순간 너무 필요해서 살 수밖에 없는 생활 필수품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보니, 살 때마다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린피스는 개인을 넘어 기업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1950년 이래 전 세계적으로 배출된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이 9%밖에 되지 않는 만큼, '플라스틱 생산의 수도꼭지'부터 잠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플라스틱을 제품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에게 대안을 요구할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배석호(25)씨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고민 중인 기업이라면 개인들의 조사 데이터를 참고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고 대안을 찾아내달라"고 요청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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