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부터 'e심 제도' 본격 도입
통신 3사, e심 고객 확보 총력전
아이폰은 11시리즈부터, 갤럭시는 Z4 시리즈부터
알뜰폰 업계도 "시장확대 기대감"
전화번호 고갈·스팸확대 우려도

9월 1일부터 1개의 스마트폰으로 2개의 전화번호를 쓸 수 있는 e심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소비자는 서로 다른 통신사 요금제를 번호마다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 이달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4 시리즈부터 e심 지원 기능이 들어있다. KT는 삼성전자 갤럭시Z4 시리즈 광고와 e심 요금제를 함께 알리고 있다. KT제공
#. 자영업자 A씨는 전화기 두 대를 각각 다른 번호로 개통해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쓴다. 평소 전화기 두 대를 들고 다니는 게 불편했던 그는 다음 달 도입되는 'e심 제도'를 눈여겨보고 있다. e심을 기존 유심과 함께 쓰면 1개의 핸드폰으로 2개의 전화번호 이용이 가능하다. 서로 다른 통신사 간 교차 적용도 가능하다. A씨는 통화와 문자 이용이 많은 영업용 전화번호는 값싼 알뜰폰 요금제를, 데이터와 부가서비스 사용이 많은 개인용 전화번호에는 기존 통신사 요금제를 쓸까 고민하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가 9월 1일부터 도입되는 'e심(eSIM) 제도'에 들썩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e심을 활용해 1개의 스마트폰에서 2개의 전화번호를 쓸 수 있다. 특히 각각의 번호에 선호하는 요금제를 고를 수 있다. '개인맞춤형(DIY) 통신요금제' 설계가 가능해진 셈. e심 도입으로 소비자들의 통신요금제 소비 패턴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통신사들도 치열한 e심 고객 잡기에 돌입했다.
KT "월 8,800원으로 두 번째 번호 사용"

현재까지 스마트폰 '신분증' 역할을 해온 유심은 물리적인 칩을 7,700~8,800원 가격으로 구매해 스마트폰에 삽입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e심을 사용할 경우 2,750원 가격으로 QR코드를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일보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대형 통신사들은 'e심 맞춤형' 요금제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e심 도입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지만 기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요금제 배합을 찾아 이동할 수도 있는 만큼,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지금도 월 3,000원대 비용을 내면 스마트폰 1대에 2개의 전화번호를 쓰는 '투폰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같은 통신사 요금제만 골라야 하고, 통신사에 따라 두 번째 번호에는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거나 본인 인증 서비스 이용 등에 제한이 있었다.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e심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은 KT다. KT는 소비자가 기존 요금제에 월 8,800원을 추가로 내면 두 번째 번호까지 이용할 수 있는 '듀얼 요금제'를 출시했다. 예를 들어 월 5만5,000원짜리 '5G 슬림 요금제(전화·문자·데이터 무제한)'를 쓰는 소비자가 월 8,800원을 추가로 내면 두 번째 전화번호에서도 전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데이터는 1기가바이트(GB)가 주어지는데 해당 데이터를 다 쓰고 나면 400킬로바이트(kb) 속도 제한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KT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배우 박은빈을 내세워 갤Z4 시리즈와 듀얼 요금제를 동시에 홍보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e심 전용 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e심 전용 요금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e심 요금제를 신고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문화가 확산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택배, 배달, 중고거래가 증가하면서 개인 정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소비자도 늘어났기 때문에 e심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저렴한 통신 요금이 강점인 알뜰폰 업계는 e심 도입에 따라 새 고객 확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①첫 번째 전화번호는 포인트 혜택 등 각종 부가서비스가 큰 기존 대기업 통신요금제를 쓰고 두 번째 전화번호는 알뜰폰으로 넘어오는 소비자와 ②2개의 전화번호 요금제를 모두 자기에게 유리한 알뜰폰 요금제로 배합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많이 쓰는 업무용과 데이터 사용이 많은 개인용에 서로 다른 요금제를 엮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알뜰폰 업계가 처음 6~8개월 동안 통신 비용을 받지 않은 뒤 약정 가입을 유도하는 '0원 요금제'도 있는 만큼, 소비자 유입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e심과 유심, 차이점은?

게티이미지 뱅크
이처럼 통신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측되는 e심은 '스마트폰 신분증'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선 유심칩을 사서 스마트폰에 넣는 '유심(USIM)'이 있었지만, e심은 칩을 따로 사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QR코드(인증코드)를 다운 받아 쓸 수 있고, 통신사 매장 방문 없이 인터넷으로 가입할 수 있다. 가격은 2,750원으로 7,700원~8,800원인 유심보다 저렴하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속 유심과 인터넷으로 다운 받은 e심을 함께 써서 스마트폰 1대로 전화번호 2개를 이용할 수 있다. 각각의 전화번호 요금제는 취향에 맞게 골라 적용할 수 있다. 해외여행 갈 때도 국내 통신사의 로밍 서비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 통신사 요금제를 e심으로 가입해 쓸 수 있다. 당장 e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종은 2018년 출시된 아이폰XS부터 아이폰 11·12·13 시리즈다. 국내 스마트폰 기기 중에는 이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Z4 시리즈부터 e심 기능을 쓸 수 있다.
다만 유심 대비 단점도 있다. 유심은 핸드폰 기기를 교체할 때 별도 칩 구매 없이 기존에 쓰던 심칩을 옮겨 끼면 새로운 기기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e심은 기기 교체 시 새로운 e심을 구매해 다운 받아야 한다. 초기 비용은 e심이 유심보다 저렴하지만, 기기를 바꾸면 추가 비용이 생긴다.
e심으로 전화번호 고갈·스팸문자 횡행?

게티이미지뱅크
e심 사용이 늘면 ①쓸 수 있는 전화번호가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와 ②광고·스팸문자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전화번호 부족 때문에 멀리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신3사의 '010' 전화번호 개통률은 SK텔레콤 88.5%, KT 75.1%, LG유플러스 77.4% 수준이다. 다만, 정부와 통신업계 모두 e심 확대가 당장의 전화번호 고갈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전화번호를 2개 쓰는 소비자가 늘면 번호가 모자랄 수 있다"면서도 "당장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도 "통신3사의 번호 개통률은 매년 비슷한 수준인 80%대 초반으로 유지 중"이라면서 "번호 개통률이 90%를 넘으면 추가 대응을 할 수 있는데 통신사들 간 남은 번호 자원을 공유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스팸문자 확대도 통신사들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e심 활성화로 인한 개인용 번호 사용 확대와 스팸 문자 간 직접 상관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광고·스팸문자 대부분은 '02'로 시작하는 단체·상업용 문자로 보내진다"면서 "e심은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용 전화번호를 제공하기 때문에 광고나 스팸문자 증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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