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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사람 인권 보호하면 보통 사람도 살기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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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사람 인권 보호하면 보통 사람도 살기 좋아져요"

입력
2022.08.29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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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숙 인권조사관 '어떤 호소의 말들'
서창록 고려대 교수 '그래도 나아간다는 믿음'

어떤 호소의 말들ㆍ최은숙 지음ㆍ창비 발행ㆍ236쪽ㆍ1만6,000원

어떤 호소의 말들ㆍ최은숙 지음ㆍ창비 발행ㆍ236쪽ㆍ1만6,000원

어쩌다 인권이라는 말이 진부하고 힘없는 단어가 됐을까. ‘언제적 인권 타령이냐’ ‘내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날 선 목소리에 ‘남을 헤아려 보자’는 이야기는 설 곳이 없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우리 함께 살자’고 주장하는 책이 잇따라 나왔다. 목청을 높이지 않고 도란도란 속닥속닥 친절한 방식으로.

어떤 사연은 정말 별거 아닌 것에서 시작된다. 가게에서 통조림 두 개를 훔쳤다는 이유로 1년 넘게 감옥살이를 하고, 이름을 도용당해 억울하게 구속돼 허위자백을 강요당한다. 배움이 짧아서, 돈이 없어서, 비정규직이라 가벼운 벌금이면 충분한 일이 징역 같은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년 경력 최은숙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어떤 호소의 말들’에서 이같이 절절하고 안타까운 목소리에 마이크를 연결했다.

인권 조사가 직업이라지만 ‘억울합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매일 듣는 게 쉬울 리 없다. “‘저도 잘 몰라요’ 같은 말이 목울대까지 올라왔다. 나의 잘못된 일 처리로 당신의 인생이 더 나빠질까 두렵다고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나약함까지 정면으로 주시한 고백을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 시선과 저자의 시선이 포개지는 진귀한 경험에 빠진다.

거창하게 '인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책은 아니다. ‘다른 사람 목소리에도 한번 귀 기울여 볼까요’라며 조곤조곤 속삭인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가령 장애인 이동권이 좋아지면 임산부와 노인이 훨씬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고, 교도소 수형자의 인권이 좋아지면 교도관의 품격과 직업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가장 약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살기 좋아진다는 얘기다.

그래도 나아간다는 믿음ㆍ서창록 지음ㆍ북스톤 발행ㆍ196쪽ㆍ1만6,000원

그래도 나아간다는 믿음ㆍ서창록 지음ㆍ북스톤 발행ㆍ196쪽ㆍ1만6,000원

인권의식이 높아지면 ‘내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인권 향상 과정에서 사회 갈등은 필연이다. “궁극적으로는 남의 생각과 권리도 배려하는 쪽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게 유엔 인권위원인 서창록 고려대 교수의 바람이다. 그 희망을 담아 ‘그래도 나아간다는 믿음’을 썼다. 표현의 자유, 노키즈존, 기후변화 등 인권을 둘러싼 36가지 이야기를 국제 인권학자의 시선에서 차분히 설명한다.

‘반일 감정’ 같은 민감한 이슈도 ‘보편적 인권’의 잣대로 평가해 보자고 제안한다. “전쟁 시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면 같은 시각에서 모든 사례에 대해 함께 배워야 하죠. 한국군에 의해 자행된 베트남 여성 피해상도 같이 다뤄야 합니다. 민족주의를 초월한 보편적 인권 문제로 다뤄 다시는 이런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인권 현실은 지난 20년간 눈에 띄게 향상됐지만, 더 나아가야 할 대목은 아직 많다.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최 조사관은 “인권 지표를 개발하라고 하면, 숙식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시인의 수와 막춤일망정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춤추는 사람의 숫자를 포함하고 싶다”고 했다. 서 교수는 “보행자에 길을 양보하는 운전자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작은 배려로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은 자유다. 배려할 때 진정한 자유가 온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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