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잭슨홀 회의 발표
"대외 불확실성 영향 큰 신흥국들
시나리오별 통화정책 제시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같은 신흥국은 보다 정교한 '선제적 통화정책 지침(포워드 가이던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가 잭슨홀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발표자로 나서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총재는 역대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잭슨홀 회의 분과(섹션) 발표자로 나섰다.
이 총재는 공동 작성한 논문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을 바탕으로 신흥국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①대외 불확실성이 미치는 영향이 크고 ②고령화 등으로 구조적 장기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신흥국 중앙은행은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뒤 각각에 대한 통화정책을 예고해야 한다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이다. 그는 7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자신이 제시했던 포워드 가이던스를 예시로 들었다. 이 총재는 "공식 의결문에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만 넣은 반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이 총재는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전략이 "시장이 원하는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도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주요국 중앙은행도 시나리오별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면 "저인플레이션에서 고인플레이션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즉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하는 경우 보다 강력한 금리 인상을, 압력이 일시적인 경우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두 갈래로 방향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런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를 고수하려고 노력했던) 경직성으로 인해 정책 전환을 미뤄 온 것에 일부 기인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까지 양적완화를 고수했다가 뒤늦게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잭슨홀 회의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주최하는 경제정책 토론회다. 한적한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경제학자들과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가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1978년 시작돼 1981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2차 양적완화' 등 중요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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