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다큐멘터리 감독 티에리 로로
한국 젊은 클래식 음악가 다룬 두 번째 다큐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 개봉
"올 상반기 수상한 최하영·임윤찬 연주에도 큰 충격"
"최근 1년 새 열린 몬트리올·부조니·퀸 엘리자베스·반 클라이번 등 4개의 세계적 콩쿠르 우승자가 모두 한국인입니다. 새로운 'K클래식' 세대는 기술과 표현력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어요."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듀서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티에리 로로(64)의 말이다. 26일 서울 동작구 영화관 아트나인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로로 감독은 "강렬, 혁명, 충격" 등 놀라움의 표현과 함께 최근 국제 클래식 음악 콩쿠르 한국인 우승자 김수연(몬트리올·피아노), 박재홍(부조니·피아노), 최하영(퀸 엘리자베스·첼로), 임윤찬(반 클라이번·피아노)을 또박또박 언급했다.
1996년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현장 중계와 결선 진출자 인터뷰를 맡고 있는 로로 감독은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2011년 '한국 음악의 비밀'에 이은 그의 두 번째 한국 클래식 음악 다큐 영화다. 세계적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피아니스트 문지영·조성진, 소프라노 황수미, 실내악단 에스메 콰르텟 등의 삶과 음악 여정을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함께했다.
그는 10년 만에 한국 클래식 음악가를 다시 조명한 데 대해 "한국 음악가들이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음악으로 자기 표현을 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됐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던 선배 음악가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며 음악으로 자기 표현을 하도록 가르치고 있어요. 첫 다큐를 찍을 때만 해도 일방통행식 교육으로 음악가 자신은 정작 행복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음악가 스스로의 만족감도 커졌습니다."
로로 감독은 한국이 국제 콩쿠르에서 강한 이유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영재교육원 같은 국가적 차원의 예술영재 육성체계와 부모의 헌신적 지원 등을 꼽았다. 그는 "가족이 팀을 이뤄 한 음악가를 키워내는 '가족 프로젝트'를 꾸리고 '가족의 성공'으로 받아들이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했다.
한국 젊은 음악가들에 대한 로로 감독의 관심은 영화 촬영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올 상반기 콩쿠르에서 우승한 최하영, 임윤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하영은 벨기에 사람들에게 혁명처럼 다가온 연주자였어요. 음표만이 아닌 눈빛과 제스처로 많은 감정을 표현해 CD를 듣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실연을 보여줬습니다. 임윤찬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할 때 관객의 격려 박수가 끝나기도 전에 바로 집중력 있는 연주에 돌입하더군요. 충격이었어요."
그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한국 젊은 관객의 관심과 열정에도 주목했다. 그는 "유럽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신선함을 한국 음악계에서 느낄 수 있다"며 "클래식 음악의 미래가 어느 정도는 한국에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로로 감독은 2010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2년간 17차례 방문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2010년부터 브뤼셀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그는 "9월부터 최상위 레벨 수업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한국에 관한 새로운 다큐도 찍는다. 클래식 음악 다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콩쿠르 입상자가 50명쯤 더 늘 때면 또 찍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K팝의 조기교육·혹독한 훈련 시스템과 비교해 K클래식의 예술영재 육성체계를 비판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유럽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습득력이 빠른 18세 이전에 최대한 많이 가르치고, 유럽은 18세까지 내가 누구인가를 찾고 그 이후에 특정 분야의 공부에 집중합니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방식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제가 만난 한국 음악가들에게는 한국 교육이 잘 맞는 방식이었어요. 이런 부분을 비판적으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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