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에 "자포리자 원전, 우크라에 반환" 촉구
러 반대에 합의 불발… 미 "러, 우크라 지우려 해"
핵무기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 규범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러시아의 어깃장 탓에 결과문도 없이 빈손으로 폐막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0차 NPT 평가회의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간) 결과문 초안을 두고 회원국들이 장시간 회의를 계속했으나 끝내 만장일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과문이 채택되려면 NPT 191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이 필요하다.
구스타보 슬라우비넨 NPT 평가회의 의장은 회의를 마치면서 “합의된 사항은 2026년 차기 NPT 평가회의 일정과 준비에 대한 절차 문제에 국한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 및 군비통제국의 이고리 비시네베츠키 부국장은 “안타깝게도 결과문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며 “러시아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초안에 있는 많은 사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페인 EFE통신은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결정문 초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내용 때문에 결정문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36쪽 분량 초안에는 자포리자 원전을 무단 점령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자포리자 원전을 돌려줄 것을 촉구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가 침공하기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전력의 20%를 공급했다. 이달 들어 원전 주변에서 포격전이 연일 계속되면서 핵 재앙 위협이 커지고 있다.
애덤 셰인먼 미국 비확산 특별대표는 이날 유엔에서 “러시아 때문에 우리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막판에 요구한 수정 사항들은 가벼운 것들이 아니었다”며 “그 요구는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없애려는 러시아의 분명한 의도를 가리려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NPT 평가회의 결과문이 채택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5년 회의 때도 중동에 대량파괴무기(WMD)가 없는 지대를 만드는 방안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NPT는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 약속의 토대가 되는 조약으로, 5년마다 평가회의를 열어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현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2020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기돼 7년 만에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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