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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챗' 수익만 따져도... "국회의원 하느니 정치 유튜브"

입력
2022.08.29 13: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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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인기 채널 14곳 수입 국회의원 후원금 제쳐
미공개 개인 계좌 입금액 더하면 훨씬 많아
"후원금 집착… 자극적 방송 재생산 부작용"

지난해 슈퍼챗 수익 상위권을 기록한 정치 유튜브 채널 영상 목록 갈무리.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해 슈퍼챗 수익 상위권을 기록한 정치 유튜브 채널 영상 목록 갈무리. 유튜브 화면 캡처

"의원실에서 먼저 유튜브에 출연을 요청할 정도라니까요."

'정치 유튜브의 흥행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한 정치 평론가는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인기 정치 유튜브 채널에선 대부분 인터뷰 코너를 따로 분리해 채널 성향과 일치하는 정치인들을 출연시키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금전적 후원을 기준으로 삼자면, 인기 유튜브의 영향력은 국회의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한국일보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공식 창구인 '국회의원 후원금'과 정치 유튜버가 벌어들인 '슈퍼챗(라이브방송 중 진행자에게 채팅을 쓰며 보내는 돈)'을 비교한 결과 상위 유튜브 채널은 수익성 측면에서 국회의원을 압도했다.

'인기 채널', 슈퍼챗만으로 국회의원 전부 제쳐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본보는 최근 유튜브 순위검색 프로그램 '플레이보드'에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뉴스정치 등 3개의 카테고리로 검색 조건을 구분한 뒤, 각각의 조건으로 지난해 기준 △1년치 라이브 시청자 수 상위 20개 채널과 △1년치 슈퍼챗 상위 20개 채널을 추렸다. 이렇게 정리된 '인기 채널' 120곳 가운데 중복 채널과 정당 공식 채널, 수익창출이 금지된 채널을 제외한 60곳의 수익을 국회의원 후원금과 비교했다.

지난해 인기 채널 60곳의 슈퍼챗 수익과 국회의원 300명 후원금을 비교해 1위부터 360위까지 재정렬했더니, 1위부터 10위까지 한 곳(8위)을 제외하고 모두 정치 유튜브 채널이 차지했다. 1~7위 채널은 2억~7억 원대 수익을 올렸고, 8위를 차지한 '후원금 1위' 국회의원은 1억7,000만 원을 받았다. 정치 유튜브 채널 중 상위 7곳의 유튜버가 슈퍼챗만으로 국회의원 300명을 전부 제친 셈이다. 인기 채널 14곳은 지난해 국회의원 1인당 평균 후원액인 1억3,525만 원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

"계좌 후원과 슈퍼챗 1 대 1... '노란 딱지' 없었으면 수십억대"

지난해 슈퍼챗 수익 상위권을 기록한 정치 유튜브 채널 영상 목록 갈무리.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해 슈퍼챗 수익 상위권을 기록한 정치 유튜브 채널 영상 목록 갈무리. 유튜브 화면 캡처

60개 채널 중 최상위권에선 인기 유튜버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5위 이하 채널들은 수익이 1억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슈퍼챗 수익만을 고려한 것으로, 후원 계좌까지 고려하면 수익이 훨씬 더 많다는 게 유튜버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익 269위로 기록된 정치 유튜버(구독자 30만 명대) A씨는 "우리 채널은 슈퍼챗과 계좌 후원금 비율이 거의 1 대 1"이라며 "요즘엔 모든 채널에서 '자율구독료' 계좌를 공지해놓기 때문에 슈퍼챗 수익의 2배 정도를 실제 수익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회수에 따른 광고수익까지 들어오면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은 훨씬 많아진다. 그러나 '노란 딱지(브랜드 가이드라인)' 탓에 광고수익까지 챙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노란 딱지는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위배한 영상에 광고를 제한하는 표시로, 증오(혐오), 도박, 약물, 성인물, 가짜뉴스 관련 콘텐츠 등에 적용된다. 모니터링뿐 아니라 신고를 기반으로도 붙기 때문에 정치 유튜버들에겐 공포와 분노의 대상이다.

본보 집계상 300위를 기록한 정치 유튜버(구독자 120만 명대) B씨는 "우리 채널뿐 아니라 웬만한 정치 유튜브 채널은 올라오는 모든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는다"고 말했다. 광고수익 등을 반영한 '유튜브 수익계산기' 사이트에서 계산해본 결과 B씨 채널의 1년 예상 수익(슈퍼챗 + 광고수익)은 11억 원대에 달했다. B씨는 "광고수익이 없다 보니 유튜브 운영을 통한 수익은 사실상 슈퍼챗으로만 제한된다"며 "라이브 방송을 늘리거나 계좌 후원을 최대한 독려해야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익 추구형 정치 유튜브 채널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기성 정치권이 거리두기와 제도 개선보다는 진영 논리에 편승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유튜버들은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을 반복해 돈을 벌고 있다”며 “극단적일수록 돈이 된다는 사실을 학습한 이상 자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1. 평산마을의 여름 한 달간의 기록

2. 팬덤이 쌓아올린 그들만의 세계

3. 불순한 후원금, 선의와 공갈 사이

4. 정치권, 필요할 땐 이용하고 뒷짐

이정원 기자
조소진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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