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해녀 전시 여는 김대년 작가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잖아요. 그런데 전시 제안을 받고 자료를 찾아보니까 해녀가 검은 잠수복을 입고 힘겨워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는 거예요. 저는 작품을 통해 해녀의 다양한 삶과 가치를 드러내고 싶었어요. 그것이 제가 해녀의 잠수복을 민족 고유의 색동 빛깔로 표현한 이유입니다.”
농림수산부 9급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국무위원급)까지 올랐던 김대년(63) 전 사무총장이 화가로 변신해 첫 개인전을 열었다. 28일까지 제주 돌하르방미술관에서 열리는 ‘해녀랩소디 1- 비기닝’ 전시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펜과 연필, 수채 물감 등으로 해녀를 다채롭게 표현한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현재 제주에 머물고 있는 김 작가는 2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해 공직 생활의 시작을 선관위에서 하지도 않은 사람이 중앙선관위 고위직에 올랐고 이 어려운 시기에 공무원연금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작품 활동의 수익금은 전부 사회에 돌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역 단체인 제주해녀문화보존회가 김 작가에게 제안했다. 김 작가는 2018년 공직에서 물러난 후 경기 파주시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해 왔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억눌렀던 창작욕을 마음껏 발산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 정회원 경력만 30년이라는 김 작가는 "이제는 사무총장보다 작가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림 솜씨가 좋던 어머니를 닮아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이 됐다”면서 “그래도 미술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아 감각을 계속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평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품을 올려 왔다. 그럼에도 김 작가에게 자신과 인연이 없었던 해녀를 소재로 전시를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주를 여러 번 방문했다. 김 작가는 전시 제안을 수차례 고사했다면서 “내가 제주 사람도 아니고 해녀 문화도 깊이 모르는데 그림을 그렸다가 해녀들로부터 ‘이게 뭔 짓이냐’는 말을 듣게 될까 걱정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다행히 해녀들로부터 반응이 좋다"며 "오늘도 4명이 전시장을 찾아서 ‘정말 예쁘다’고 좋아해 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한에서 빛으로, 어둠에서 색동으로, 과거에서 미래로’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는 연말에 배우 장나라를 소재로 전시를 열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는 중앙선관위 사무관 시절, 선거 홍보에 ‘스타 마케팅’을 도입하면서 장나라를 처음 만났다. 그는 “장나라씨가 세계적 스타여서 전시 이야기가 조심스럽지만 협의 과정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림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가질 생각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장 해녀 전시 수익금을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저는 앞으로 작가로서 열심히 그림을 그릴 거예요. 다만 우리 사회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들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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