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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인처럼"... 영어 발음 교정 AI, '인종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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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인처럼"... 영어 발음 교정 AI, '인종차별' 논란

입력
2022.08.26 22: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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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새나스, 영어 발음 교정 기술 개발
비영어권 콜센터서 근무하는 직원들 위한 것
"교정 프로그램 자체가 인종차별적"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서구권 영어 발음을 미국 백인의 발음으로 변환해 주는 기술은 인종 차별을 줄일까, 도리어 차별을 조장할까.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새나스(Sanas)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발음·억양 교정 프로그램'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콜센터 직원들의 발음을 보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화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모든 영어 발음이 미국 출신 백인 원어민의 발음으로 자동으로 바뀐다. 현재 필리핀, 인도에서 콜센터 직원 1,000여 명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개발 비용으로 3,200만 달러(약 427억 원)가 투입됐다.

새나스는 “비영어권 출신 콜센터 직원이 구사하는 영어가 미국식 '정통' 영어와 달라 고객이 요청하는 일 처리가 느려질 수 있는 상황을 막고, 영어 발음·억양 차이로 인한 인종차별까지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샤레스 케샤바 나라야나 새나스 공동 창업자는 "영어 사투리를 쓰는 지인이 콜센터에서 일하다 고객들과의 의사소통이 서툴다는 이유로 해고된 적이 있다"며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센터 직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웃는 얼굴로 퇴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자체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구사하는 영어를 존중하지 않고 '교정해야 하는 미숙한 언어'로 여긴다는 점 때문이다.

크리스 길리어드 실리콘밸리 개인정보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비영어권 사람들의 정체성을 지울 수도 있다는 사실이 가장 우려된다"며 "다양한 사람들의 언어와 억양, 문화에서 오는 다채로움을 단 하나의 기계적인 목소리로 통일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인종차별 피해자에게 차별의 책임을 돌린다는 지적도 있다. 애슐리 에인슬리 기술업체 컬러인테크(Color in Tech) 공동 설립자는 "콜센터 인종차별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지,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인종차별 때문에 목소리 자체를 바꾸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나라야나 창업자는 "새나스 회사 설립자 4명을 포함해 직원의 90%가량이 모두 이민자 출신"이라며 "콜센터가 만들어진 이후로 직원들이 매일 인종차별을 겪고 있는 현실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호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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