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라윳 총리, 직무정지에도 국방회의 주재
'친군부 헌재' 고려한 군정 역시 버티기
긴장한 야권, 대규모 반군부 집회 개최 예고
임기 시비로 지난 24일 직무가 정지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리와 겸직하던 국방장관의 역할을 예정대로 소화하는 방식으로 권력 유지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정 역시 국정 주도권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한국의 가처분 인용에 해당하는 쁘라윳 총리 직무정지 결정이 친군부 성향의 헌법재판소의 본안 소송을 통해 한 달 안에 뒤집힐 것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쁘라윳 총리 "걱정 말라. 난 내 할 일 한다"
26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관사에서 전날 국방위원회 화상 회의를 주재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그는 국방장관도 겸직하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회의에서 "군은 나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며 "나는 국방장관으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수뇌부 역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군부와 여권은 지원 사격을 이어 갔다. 군정 대변인은 25일 "올해 11월 태국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예정대로 현 정부가 대표해 진행한다"며 "헌재의 직무정지 결정은 국정운영과 정책집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군부와 협력 관계인 여권도 "헌재 결정에도 환율이 유지되고 주식시장은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등 태국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헌재 본안 판단 내달 중 나올 듯… 민주진영 재집결
쁘라윳 총리의 여유는 군부와 헌재의 유착에 기인한다. 태국 헌재는 2019년 총선 직전 군정이 제기한 퓨처포워드당(FFP) 해산 신청을 받아들이고, 당 핵심 인사들의 정치활동을 10년 동안 정지시켰다. 당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FFP가 해산된 이후 군정은 손쉽게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최근까지 헌재는 반군부 시위대를 "왕정을 거부하는 위헌주의자"라고 규정했다.
태국 법조계와 정치계는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헌재를 뒷배로 둔 쁘라윳 총리는 계속 버틸 것이고, 헌재는 본안 소송을 통해 그가 내년 총선으로 순탄히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쁘라윳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권 재접수 꼼수 전략을 따라할 가능성도 점친다. 푸틴 대통령은 여론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2008년 대통령직을 반납한 뒤 4년 뒤 대선에서 다시 당선됐다.
물러섬 없는 군정의 태도에 민주진영과 야권은 다시 결집하고 있다. 야권은 전날 성명을 통해 "총리가 국방장관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하기 위해 28일 방콕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쁘라윳과 군부가 계속 지금처럼 권력에 집착한다면 앞으로 큰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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