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답답해 여러 차례 병원 찾아… 결국 숨져
1·2심…"책임 있다" vs "없다" 감정 의견 차이
대법 "모순된 감정의견 있으면 신빙성 따져야"
의료과실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대법원은 "증명 부족으로 볼 게 아니라 각각의 의견에 대한 신빙성을 좀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병원 치료 이후 급성 심장마비로 숨진 A씨 유족이 한 대학병원 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7월 잠을 자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실신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호송됐다. 의료진은 불안정성 협심증으로 진단하고 풍선 혈관 성형술을 시행했다. A씨는 닷새 뒤 퇴원했다가 명치 쪽이 답답하다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A씨의 혈압이 낮아져 위식도역류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20여 일 뒤 A씨의 통증 호소에 기립성 저혈압으로 결론을 내렸다. A씨는 일주일 뒤 다른 병원 응급실에 후송됐다가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병원 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렸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병원에서 A씨가 거듭 가슴 답답함과 실신 증상을 보인 만큼, 다른 질환 가능성을 알아봤어야 했다고 봤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병원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1심과 2심 법원 역시 상반된 판단을 내놨다. 1심은 병원에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2심은 전문가들의 엇갈린 의견을 근거로 병원에 과실이 있다는 점이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엇갈린 전문가 의견에 대해 신빙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신빙성을 따져본 이후) 의료진이 망인에게 추가적인 검사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된다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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