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포석호'·삼성전자 '달수'
B2B 기업도 소통하는 캐릭터 도입
입은 언제나 웃고 있지만, 일을 할 땐 화난 눈썹이 생겨 직장 상사가 쉽게 말 걸기 어렵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신입 사원의 속마음을 대신 털어놓아 구독자의 공감을 얻고, '우영우 인사법'이나 '밸런스 게임' 게시물을 올리며 유행도 따라간다. 이따금씩 회사의 주요 경영 성과나 이벤트를 소개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5일 '입사'한 포스코의 곰돌이 캐릭터 '포석호' 얘기다.
새하얀 얼굴에 발그레한 볼을 지닌 석호는 대기업에서 내놓은 캐릭터지만 회사 홍보보단 자신에게 주어진 신분(사회초년생)과 비슷한 인간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걸 더 좋아한다. 어떤 곰은 동굴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얘기가 있지만, 포스코 연구원이 곰 인형에 수소연료전지를 넣어 생명을 얻었단 탄생설화를 지닌 석호는 제철소에서 야금야금 철을 빼먹다 걸려 그룹 내 뉴미디어팀으로 옮겨졌다.
철강회사에서 ? 이미지 바꾸니 친밀도 '쑥'
그런 석호는 최근 포스코가 국제PR협회 주관 '골든 월드 어워즈 2022' 소셜미디어 부문 수상 성과를 내면서 국제 무대서 인정받는 산업 캐릭터가 됐다. 26일 포스코 관계자는 "상반기 장항준 감독 등이 출연한 포스코 유튜브 채널 영상 '그린 투모로우'에 석호도 나와 큰 호응을 얻었다"며 "수소환원 제철 기술과 미래 소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캐릭터 '펭수'처럼 소통하는 캐릭터란 점이 석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기업 하면 무겁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미래 세대에게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업 이미지를 갖게 하기 위해 SNS 캐릭터와 유튜브를 적극 활용했다"며 석호의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성과도 뚜렷하다. 회사 SNS인 인스타그램 구독자 수는 캐릭터 도입 이전보다 47% 증가했고, 콘텐츠 참여 수(좋아요+저장+공유+댓글)는 무려 8배 늘었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달수'는 ESG 전도사
젊은 세대가 다가가기 어려웠던 기존 회사 이미지를 바꿔보겠다며 등장한 다른 업종 캐릭터들도 신참 석호의 활약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달을 닮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마스코트 달수는 최근 사내 '폐기물 매립 제로(ZERO)' 캠페인을 알리고,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방진복을 소개하는 등 사내 ESG 홍보 최전선에서 헤엄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 사업장 인근 오산천에 살며, '하천물맛감별 1급 자격증'을 소유했단 설정 아래 '열일' 중인 달수는 최근 커피 제조 차량을 빌려 오프라인 사업장에도 나타나, ESG 실천에 동참한 선배(직원)에게 커피를 나눠주는 등 '사회생활'에도 열심이다. 이 밖에도 건설(SK에코플랜트 '에콩이'), IT솔루션(LG CNS의 'AI지니어스') 등 기업간(B2B) 거래에 치중하던 회사들도 SNS나 유튜브 등에 활용할 캐릭터를 과감히 도입하고 있다.
"대중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이미지 고취"
전문가들은 캐릭터를 활용하는 전략은, 현재 사업은 물론 미래 사업 영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효과적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대표적으로 TV광고는 물론 SNS와 사업 설명서 등에 널리 쓰이는 에쓰오일 캐릭터 '구도일'이 꼽힌다.
이명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캐릭터를 의인화해 소통함으로서 기업의 친밀도를 높여뒀을 때 기업의 사업 구상 변화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며 "투자자들도 회사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지명도, 인지도, 친밀도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투자하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접근하는 홍보 전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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