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 첫발]
냉전 붕괴 이후 시들해진 달 경쟁
중국 우주 성과 나오자 미국 각성
"과학적 발견, 경제적 이익, 그리고 새로운 세대인 '아르테미스 세대'를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달로 돌아가겠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홈페이지
나사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를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1960,70년대 아폴로 계획이 소련과의 체제 경쟁 속에서 시작된 것처럼, 아르테미스 계획 역시 새로운 라이벌인 중국의 우주굴기(우주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는 것) 속도에 자극 받은 측면이 있다.
나사의 선언은 이런 다짐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국제적 동맹을 구축하며, 모두의 이익을 위해 깊은 우주를 탐험하겠다." 결국 미국은 지구 밖(우주)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달 탐사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우주 패권 유지가 달 탐사 재개의 주요 이유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미국 정부와 나사가 달 탐사에 적극 나서게 된 시점은 중국의 우주굴기가 성과를 내기 시작한 때와 겹친다. 중국은 2003년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해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을 성공시킨 국가가 됐다. 2007년 무인 달 탐사선 '창어 1호'를 발사했고, 2019년엔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구센터 정책연구2팀장은 "미국의 우주개발은 사실상 소련과의 체제 경쟁 목적이 컸는데, 소련이 달 탐사를 포기하자 우주정거장 쪽으로 기술 개발 방향을 바꿨다"면서 "그러나 중국의 우주산업이 부상하자 다시 달 탐사 계획을 부활시킨 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달 탐사를 위해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하며 20여개 우방국과 일종의 '우주동맹'을 맺은 것도 중국 견제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러시아마저 국제우주정거장(ISS) 계획에서 탈퇴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미국 중심의 강대국 우주 질서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유인 달 탐사도 우주정거장처럼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쉽지 않은 분야"라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에 둔 두 개의 국제 동맹으로 나뉘어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중 우주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한국의 몫'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방효충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우주 패권 경쟁이 심화할수록 기술 발전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한국도 자체적으로 우주개발 역량을 축적해야 앞으로 국제 우주 협력 분야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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