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3조 원 규모의 원자력 발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집트의 엘다바는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지중해 인접 해안도시다. 사막 지형인 이곳에 이집트 정부는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2017년 사업자 선정을 마쳤다. 당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가 이집트 원자력청(NPPA)으로부터 1,200메가와트(㎿)급 러시아형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총 30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이집트 정부는 2028년부터 엘다바 원전 1호기를 가동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이 프로젝트에서 원전 터빈 건물 등 2차측(원자로 건물을 제외한 옥외 시설물) 건설사업 단독협상대상자에 뽑혔다. 러시아 업체의 하청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한수원 사업비는 3조 원 정도다.
한수원과 JSC ASE 측은 당초 올 4월까지 계약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면서 미뤄졌다. JSC ASE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계약을 따낸다 해도 서방 사회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빼버리면서 채무 불이행 우려가 높다는 점 때문이었다.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는 미국 눈치를 봐야 하는 점도 계약이 늦어지는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한국만 한 원전 파트너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으로 사막 원전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첫 수출 원전인 바라카 원전 1·2호기를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하며 사막 원전 건설 및 운영 능력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엘다바 원전도 사막에 짓는 원전인 만큼 한국이 UAE에서 쌓은 노하우가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번 수주는 13년 만에 이뤄진 '조 단위' 원전 수출이기도 하다. 한국은 2009년 UAE 바라카에 20조 원 규모의 원전 건설 계약을 따냈고, 이후 한국형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아프리카 역내 중심국인 이집트가 최초로 시행하는 원전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으로 13년 전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은 또 하나의 획기적 성과"라며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원전시장에 최초로 진출한 경험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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