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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 모녀 사건, '사각지대 발굴'의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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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 모녀 사건, '사각지대 발굴'의 문제 아니다"

입력
2022.08.25 14:00
수정
2022.08.25 14:03
0 0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엄격한 수급 자격조건과 과도한 조사 등이 문제"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위기가구 지원 범위 너무 좁아.. 포괄적 대응 필요"

2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암·난치병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되고 있다. 수원=뉴시스

2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암·난치병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되고 있다. 수원=뉴시스

위기 상황에 몰렸지만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경기 수원시 세 모녀 사건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발굴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2014년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행정 제도는 확충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발굴만 해서 문제'라는 시각마저 나온다. 이들은 발굴 뒤로 이어지는 복지 지원의 부족, 기초 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추락하기 전의 예방과 추락 후의 탈출 지원 조치가 부재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여러 차례 위기가구 발굴되고도 수급 대상 아니라는 고지받기도"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과 관련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전문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과 관련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전문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수원 세 모녀' 사건의 원인을 "현재의 복지제도하에서 엄격한 선정기준과 과도한 조사, 낮은 보장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만들어진 사회적인 빈곤층에 대한 차별과 낙인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 있어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를 인용해 "2017년 당시 위기가구로 29만 가구가 발굴됐지만, 실제 복지 서비스로 연결된 가구는 이 중 4분의 1 정도고, 이 가운데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긴급구제 등 공적 지원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3%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차례 위기 가구로 발굴되고도 부양의무자 기준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수급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반복해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 사무국장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발굴 관련 제도가 도입돼 10년이 흘렀는데 계속 정보수집만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복지 지원으로 제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복지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이 내가 이 복지 제도를 신청했을 때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받게 된다면 어떤 급여를 얼마만큼 어떤 기간에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서야지 (위기가구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는 실제로는 "복지제도가 너무 엄격한 자격조건을 갖고 있고 차별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마치 복지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이 신청하지 않아서, 혹은 사회복지 노동자들이나 전담 공무원들이 발굴하지 못해서인 것처럼 얘기한다면 정부가 빈곤층과 사회복지 전달체계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빈곤 보호뿐 아니라 예방·탈출까지 가야 효과적"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기준중위소득 인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기준중위소득 인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수원 세 모녀' 사건의 원인을 "행정적 문제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법적인 체제가 (빈곤에 대한 대응이) 포괄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관심이 행정 미비 문제에만 집중된다면 오히려 유사한 사건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사건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빈곤인 사람의 문제보다는 빈곤으로 추락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면서 "이런 분들은 실제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했어도 (대상이) 안 됐을 수도 있었고, 신청하는 방법도 낯설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제 지원대상 범위가 굉장히 좁다. 발굴을 해야 되는 게 아니라 그 대상 안에 들어오기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공적 부조 대상자를 꽤 늘려서 소득 중간값(중위소득)의 30% 수준까지 (생계급여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선진국은 중간값의 6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빈곤층 보호뿐 아니라 빈곤 추락이 명백한 상황에 대한 예방, 빈곤에서 탈출하기까지의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면서 "빈곤으로 추락하는 과정은 개입할 수 없고 빈곤에 들어오고 나서야 작동한다. 담당 공무원이 누군가를 '너무 위험해서 당분간이라도 급여 대상자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해도 재량권이 없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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