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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중앙지검 OOO검사인데..." '그놈 목소리'에 41억 뜯긴 40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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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중앙지검 OOO검사인데..." '그놈 목소리'에 41억 뜯긴 40대 의사

입력
2022.08.24 11:07
수정
2022.08.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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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단일 피해액으로는 역대 최대
검찰ㆍ금감원 '사칭형' 보이스피싱 증가
경찰 "수사기관, 영장 SNS로 안 보여줘”

보이스피싱 일당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 '가짜' 신분증 및 구속영장 청구서 파일. 경찰청 제공

보이스피싱 일당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 '가짜' 신분증 및 구속영장 청구서 파일. 경찰청 제공


한 40대 의사가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한 달 사이 41억 원의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해 수사 중이라고 경찰청이 24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액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의사 A씨는 지난 6월 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라고 소개한 B씨는 "A씨 되시죠?"라며 대뜸 "OO역에 가본 적이 있나요?", "△△△을 알고 있느냐" 등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자신을 취조하는 듯한 태도에 위축된 A씨는 시키는 대로 '검사' B씨를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했다. 그의 카톡 프로필을 누르자 검찰청 로고가 떴다.

이후 B씨는 "선생님 계좌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 세탁에 사용돼 현재 70여 건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수사에 협조해달라"며 고소장과 검사 공무원증을 카톡으로 보냈다. 이어 구속영장 청구서와 공문을 추가로 보내며,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지만, 협조만 잘 하면 약식 조사로 마무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카톡으로 진술하고 계좌 확인에만 잘 응하라는 얘기였다. 겁을 먹은 A씨는 협조를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몰라 A씨가 사실 확인을 위해 금융감독원, 검찰청, 경찰청 등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봤지만 "계좌가 자금세탁에 활용됐다"는 답만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B씨가 "수사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며 보내준 인터넷 링크를 클릭한 게 화근이었다.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리면서 A씨가 금감원 등에 전화를 걸면 보이스피싱 일당이 중간에서 전화를 가로챈 것이다.

이후 일당은 A씨에게 현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검찰수사관' 역할의 조직원이 나섰다. 이 조직원은 A씨에게 "진짜 대출을 받아봐야 명의가 범행에 연루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대출받은 돈을 보내달라고 했다. A씨는 시키는 대로 했다. 이후 이들은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이 전부 범죄자금 아니냐"며 예·적금을 모두 해약하고 돈을 인출해오라는 요구까지 했다. A씨는 현금을 모두 인출한 뒤 금감원 직원이라고 사칭한 현금수거책을 만나 돈을 전달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한 달간 41억 원을 뜯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최근 검찰ㆍ금감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올해 1~7월 보이스피싱 발생건수(1만4,197건) 피해규모(3,613억 원)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 28% 감소했지만, 기관 사칭형 사기 비중은 37%로 1년 전(21%)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사·연구원·보험회사 직원 등 직업, 학력과 무관하게 언제든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수사기관은 영장이나 공문서를 절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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