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 일본 영리법인 재산 귀속 대상 기준 제시
해방 전 우리나라에 본점이 없었던 일본 법인의 국내 부동산은 대한민국에 귀속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일본 법인이 소유했던 국내 소재 부동산 등이 귀속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미쓰비시 기업 창업자의 장남인 이와사키 하시야가 설립한 동산농사는 일본 도쿄에 본점을 두면서 광주 광산구 저수지 인근에 제방으로 사용되는 땅을 소유했다. 토지대장에는 1920년 5월 14일 소유권이 회사로 이전된 것으로만 기재돼 있었다.
해방 이후 이 땅은 관청이 관리했다가 1977년 농촌근대화촉진법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인 농지개량조합으로 관리권이 이관됐다.
농어촌공사는 해당 땅을 관리해온 공사에 토지 소유권이 있다며 대한민국에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이에 소유권이 일본 법인에게 있어서,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판결했다. 재판부는 소송 대상이 된 땅의 소유권이 동산농사에 있다며 농어촌공사의 청구가 잘못됐다고 봤다. 1심 재판 결과를 받은 대한민국은 지난해 3월 해당 토지가 동산농사 명의의 미등기 토지로, 귀속재산이 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 명의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마쳤다.
이후 쟁점은 해당 땅을 귀속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로 모아졌다. 귀속재산은 일본기관이나 단체 소유였지만, 해방 이후 미군정을 거쳐 대한민국 정부에 이양된 재산을 뜻한다. 귀속재산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인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3항은 1945년 8월 9일 이전 일본 영리법인 또는 조합 등이 갖고 있던 주식이나 지분을 귀속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주식이나 지분 이외 재산에 대해선 법인이 소유하던 토지 등의 재산은 귀속재산에서 제외한다는 판례를 내놓기도 했다.
2심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정부의 소유권 보존등기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법인에 땅의 소유권이 있어 농어촌공사 청구가 잘못됐다는 1심 판단은 유지했다.
대법원은 해당 땅이 귀속재산이 아니라고 본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일본에 본점이 있는 일본 법인이 해방 전 소유한 토지 등은 귀속재산이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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